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올리면서 금리 수준을 10년 전으로 되돌렸다.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금리 인상기 각종 금융 상품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투자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적금과 달러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 투자 등 기회비용이 높은 자산은 오히려 금리 상승기에 손실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또 부동산 경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도 금리 인상기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2.25%에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기준금리는 2.5%로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위험자산 대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증가할 전망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도 함께 올라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대신 안전한 예·적금 상품 선호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달 기준 712조449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손희정 우리은행 판교역프리미엄 금융센터 지점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제로였다가 올해 들어 금리가 3%가 넘었다"며 "펀드에 가입했던 고객들도 정기 예금과 큰 차이가 없고, 위험 부담도 없는 정기 예금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은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엇갈린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달러의 경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금은 배당이나 이자가 나오지 않아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기회비용이 커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채권도 현재 금리 수준보다 금리의 방향성이 더 중요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면 많은 이자를 받으니 매력적이다"면서도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기대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LS는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으로 변동하면 증권사가 미리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장 연구위원은 "ELS도 결국 고객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돈이 귀해진다"며 "결국 쿠폰금리를 많이 쳐줘야 해 고금리 ELS 상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테슬라(Tesla), 엔비디아(NVIDIA)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ELS 상품을 판매했는데 조기상환 수익률은 연 22.5%에 달한다.
리츠의 경우 통상 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한다. 다만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이미 리츠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한 후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금리가 오르면 리츠가 가진 자산에 대한 조달 비용이 올라 수익률엔 악영향을 미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수준이 올라 리츠가 힘든 상황인 것은 맞지만, 시장이 이미 어느 정도 반영한 상황"이라며 "한은이 금리 인상 발표했지만 리츠 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국내 증시는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2%(29.81포인트) 오른 2477.26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잭슨홀 미팅과 미 연준의 공격적 긴축 우려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로 상승 마감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