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하루 동안 1조원 넘게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주요 주주인 KB국민은행(KB금융(105560))도 주식을 대거 팔았다. 올해 들어 주가는 50% 넘게 하락해 반토막이 났다.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검토에 따라 ‘카카오톡 송금하기’가 제한될 수 있단 우려 등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증권회사들은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소액주주는 77만명이 넘는다.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카카오뱅크 제공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보다 2550원(8.17%) 내린 2만8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1670억원이 날아갔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장 초반 13% 가까이 급락하며 2만7150원까지 밀렸다. 이는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52주 신저가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연초보다 51% 넘게 하락했다. 이는 코스피지수 낙폭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카카오톡 송금하기’ 금지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더해 3대 주주인 KB국민은행이 블록딜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8일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카카오뱅크 주식 약 3800만주 중 1476만주를 주당 2만8704원에 매도했다. 총 4236억원 어치로,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 대비 8% 할인된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8.0%에서 4.9%로 낮아졌다. 이번 매도로 국민은행은 카카오(035720)(27.2%)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 국민연금(5.66%)에 이어 4대 주주로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블록딜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소액주주는 모두 77만3374명이다. 이들이 가진 주식 수는 약 1억주로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1.2%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부진할 것이란 관측에 국민은행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내부 자본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매각“이라며 “매각 후에도 5% 수준의 지분율을 보유한 주주로서 카카오뱅크 설립 단계부터 맺어온 다양한 제휴 및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2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30% 이상 하회했다”며 “경상 비용이 커지는 가운데 외형과 플랫폼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경쟁 은행 대비 높은 대출 성장을 실현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여신 성장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며 “플랫폼 수익을 비롯한 비이자이익이 정체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엔 금융위의 전금법 개정안에 따라 카카오톡 송금하기가 금지될 수 있단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다만 금융위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간편 송금 기능은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