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세이지리츠’를 만들어 정부에 영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국토부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만들어 IFC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외부 투자자의 대출 자금이 너무 높고 자기자본(지분투자·에쿼티)이 부족하기에 정부가 이 리츠를 승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말한다.

IFC는 여의도에 위치한 대형 복합 상업 건물이다. 오피스 3개 동과 콘래드호텔, IFC 몰로 구성됐으며 연면적은 약 15만3160평이다. 딜로이트안진과 AIG, CLSA, IBM코리아 등 국내·외 금융 및 다국적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리츠는 일반 부동산 펀드보다 세금 감면 등 혜택이 많아 미래에셋 등 금융회사가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인수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세이지리츠의 인가가 늦어짐에 따라 투자자금 확보는 물론 IFC 인수 거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은 IFC 인수를 3분기(9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지만 일부 외국계 자금을 제외한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은 딜이 무산되더라도 돌려받지 않겠다며 2000억원의 이행 보증금을 IFC를 보유한 캐나다의 부동산 투자사 브룩필드자산운용에 이미 지급했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전경./뉴스1

1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6월 설립 인가를 신청한 미래에셋세이지리츠 설립을 보류했다. 국토부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인수 자금 중 대출이 너무 많고 지분(에쿼티) 투자가 적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은 총 인수자금 4조1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2조1000억원을 대출모집으로, 2조원을 에쿼티 물량으로 책정해 리츠의 구조를 설계했다. 그러나 이런 구조로는 부채비율이 너무 높고 이자비용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 리츠 인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고, 미래에셋도 이를 수용해 자산 구조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리츠 대안 구조를 준비 중이며 국내·외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자금 모집 중인데 상당한 진전이 있는 상황이다”라며 “향후 딜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IFC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쿼티 투자에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에쿼티 투자를 늘려오라고 하면 미래에셋으로서는 더욱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워진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제회 등 대부분의 국내 기관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너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기관들의 시각”이라고 했다.

다만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싱가포르 케펠리츠(Keppel Reits),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연금(APG) 등과는 에쿼티 투자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GIC가 5000억원을 지분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고 지분투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선순위 대출 이자가 급등하는 것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FC인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래에셋이 IFC 선순위 대출 투자자에게 제시한 금리는 연 5%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미래에셋이 초기 인수 전략을 설계할 때 상단으로 잡았던 금리인 4.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딜이 완전히 무산될 경우 미래에셋이 2000억원의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은 IF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5월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약 2000억원의 이행 보증금을 환불 불가능한 조건으로 납부했다. 이는 브룩필드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약서에는 딜이 무산되더라도 일부 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있다. 딜 구조에 따라 2000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2019년 9월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한 미국 내 호텔 15개를 58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5억8000만달러의 계약금을 지급했지만 안방보험이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2020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양측은 계약금을 놓고 미국 델러웨어주 형평법원에서 소송을 했고 결국 미래에셋의 승소로 계약금과 소송비용을 돌려받은 바 있다. 이런 전례 때문에 이번 IFC 딜에서는 미래에셋이 딜이 무산되더라도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단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펀딩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최악의 경우 안방보험과의 딜과는 달리 계약금도 날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