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장윤서 기자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제약·바이오 부문은 최근 1~2년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함께 더욱 주목받으며 투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올초부터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년 새 일부 바이오 기업들의 연이은 임상실패 소식,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의 횡령과 배임 등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추락했다.

조선비즈는 이달 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제약·바이오 부문 전문 애널리스트이자, 헬스케어팀 팀장인 이동건 수석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 메드팩토 등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을 분석하고, 시장에서 숨어있는 스몰캡 바이오주를 발굴하고 있다.

바이오 종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바이오 종목은 ‘꿈 대비 주가비율(Price to Dream Ratio·PDR)’로도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서 PDR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기반으로 현재의 주가를 판단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보니 임상 실패 등의 악재 소식이 나오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절망도 커지기 마련이다. 종목 투자자 게시판에서는 “바이오 종목에 투자하면 물리거나, 망한다”라는 말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 섹터의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오면 그때가 ‘매도’ 타임 시그널(Signal)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하기도 한다”면서도 “보고서마다 평가 기준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합리적인 근거에 의거해 벨류에이션상 적정가치에 맞는 적정 주가를 산정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제약연구소의 연구원이 당뇨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조선DB

주가 하락 시에는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에 대한 원망이 커지기도 한다. 이 연구원은 “투자가치 측면에서 제약·바이오 종목은 변동성이 높고, 가치 대비 고평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시장에서 판단하는 종목의 호재 소식과 애널리스트 간 종목 분석 보고서가 나오는 시간의 간극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종목의 목표가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 연구원은 “통상 다른 제조업 등과 같은 기업의 경우 재무상태나 수익성 기준의 지표가 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등 기존 평가 기준으로 제약바이오 종목도 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바이오 종목의 경우엔 가치 산정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임상 3상까지 단계별 소요되는 기간, 임상데이터, 파이프라인의 개수, 해당 신약이 목표로 하는 환자수와 시장 규모, 성공 가능성 등을종합해 기업가치와 목표주가를 산정한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해 지나친 낙관주의는 금물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 자체가 성공확률이 높지 않고, 유효성·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투자자들도 인지해야 한다”면서 “다소 중립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정가치를 산정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약·바이오주의 실적 향상, 성장 가능성, 우량 기업의 임상 성공 소식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이 맞물리며 주가 회복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바이오는 주가와 수급이 중요한 섹터인데, 최근 기관, 외국인 수급이 바이오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코스피 대비 섹터별 초과수익률로 보더라도 헬스케어는 5.0%포인트를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인상이라는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도 바이오 종목은 하반기 건재할 것으로 보이고,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고, 실적도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면서 “대형 종목에서 중소형주로의 ‘낙수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수급측면에서 대형 제약·바이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실적 개선과 신공장(4공장) 수주 지속 및 가동률 상승을 바탕으로 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는 “셀트리온 그룹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분기 램시마SC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주가 반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가동 이후 실적과 더불어 누적 수주를 바탕으로 한 신공장 착공 기대감도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해서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스카이코비원멀티주(GBP510)’ 품목허가 획득에도 리오프닝 본격화에 따른 낮아지는 백신 기대감으로 하반기 주가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