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방산 기업들이 다시 반등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호실적에 이어 폴란드 정부와의 무기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국산 K2전차. /현대로템 제공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로템(064350)은 전 거래일 대비 2.66% 상승한 2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항공우주(047810)(5.91%)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3.61%), 한화시스템(272210)(4.07%), LIG넥스원(079550)(3.99%) 등 다른 방산주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 방산주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외 방산 수요가 급증하자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을 보인 가운데 방산주는 증시 방어주로 떠오르며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지난 6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달 10일 6만8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세웠고, 한국항공우주도 지난 달 13일 6만원까지 상승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후에는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해 박스권을 횡보했다.

지지부진했던 방산 기업들은 한국과 폴란드가 25조원에 달하는 업무협약(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다시 들썩이고 있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은 3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현대로템 주가는 지난 22일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22일(현지 시각)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산 FA-50 경공격기 48대, K2 흑표전차 180대, 곡사포 등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생산하며, FA 50 경공격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한다. 마리우시 장관은 지난 5월 방한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식에 주목하며 방산 기업들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아직 공시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번에 알려진 수출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면서 “글로벌 전차 강국인 독일이 국방예산 증액과 함께 자국 군 현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주변 유럽 국가들의 전차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나 연구원은 “특히 대규모 수출 증가는 방산 기업의 중장기적 외형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다툼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장기적으로 방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폴란드가 실제로 1000대나 되는 물량을 도입할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도입할 능력이 있는지와 우리가 제공할 능력이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 군이 보유한 K2전차 전체 수량이 260대(양산 중인 3차분 포함) 수준”이라며 “3차 양산 54대의 공급 기간이 3년으로 연간 생산량이 20대 내외라는 점과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 생산 및 조달 능력을 감안할 때 밸류체인 전반의 증설 없이는 단기간에 대량 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