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7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하자, 관련주들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간외거래에서 트위터는 급락하는 반면, 트럼프 SNS 관련 종목은 급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지된 트위터 계정과 그의 사진을 함께 배치한 이미지 컷.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장 종료 이후 29.4% 폭등했다. DWAC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만든 소셜미디어서비스(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과 합병 예정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4월 말 440억 달러(약 57조25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에 사인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 트위터 내 자동화된 광고 계정인 봇과 스팸 계정 비율이 너무 높다고 문제 삼으며 돌연 계약을 보류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로부터 사용자 계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접근 권한을 받아 자체 조사를 했지만, 봇 비율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결국 이달 8일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는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하게 됐다.

이 같은 결정에 관련주는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 주가는 8일(현지 시각) 36.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제시했을 때 가격(주 당 54.20달러)보다 32% 낮은 수준이다. 이날 인수 계약 파기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4.81% 추가 하락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DWAC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지난 8일부터 DWAC 관련된 글이 대거 업로드 되고 있다. DWAC 주주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불발은 DWAC을 폭등시킬 것”이라며 한껏 기대하는 모습이다.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0달러 수준에 거래됐으나 트루스 소셜과 합병 예정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 3월에는 주가가 97.5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주가는 다시 추락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트위터와 대적할 SNS를 꿈꿨던 트루스 소셜에 악재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려 88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020년 11월 대선 패배 불복 이후 허위 정보를 퍼트린다는 이유로 트위터에서 퇴출 당했다. 이후 ‘트루스 소셜’이라는 독자 SNS를 출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공화당 유세 연설에서 일론 머스크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트위터를 인수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트위터 인수 계약을 전격 철회한 것을 두고 “썩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위터 대신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이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트위터는 머스크의 인수 파기와는 상관 없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0일(현지 시각) “머스크와의 소송전 결과와 관련 없이 트위터 미래는 불투명하다”면서 “트위터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온라인 광고시장 자체가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위터가 수 년 동안 유튜브나 틱톡 등 온라인 광고시장의 경쟁자들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미 CNBC에 따르면 미국 금융투자업계에서 제시하는 트위터의 평균 목표주가는 49.3달러다. 현재 주가(35달러) 보다 40% 높은 수준이지만, 2013년 트위터가 기업 공개를 했을 당시 첫 거래가(45.10달러)와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