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공매도 하지 않는데 공매도를 한 번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여의도 바닥에서 주식을 구하기 어려워 공매도를 못 하는 종목이 LG에너지솔루션이죠.”

A 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대한 공매도를 검토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볼 수 있어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투자 대상이 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 / 뉴스1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매도가 여의도 증권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가총액이 87조3990억원(7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기업이다.

이달 들어 7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거래 물량 중 30% 가까이가 공매도 거래였고, 공매도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데 증권사에 제공해야 하는 수수료는 13%(연율 기준)까지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매도 인기가 높은 이유는 오는 27일 1000만주 가까운 주식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리기 때문이다. 유통물량이 적은 LG에너지솔루션의 특성상 27일 이후 대량의 잠재적 대기 물량이 시장에서 매도되기 시작하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고 공매도 투자자들은 돈을 벌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6개월 후인 이달 27일에 대량으로 보호예수 물량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공매도 투자 타이밍을 잡으려는 수요가 많다”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27일 상장해 오는 27일 상장 6개월을 앞두고 있다. 보통 상장 전 기업공개(IPO)에서 신주를 받아 가는 기관투자자, 우리사주조합 등은 3개월 또는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보호예수를 걸어놓고 신주를 받는다.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대비해서 그 기간에는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27일부터 6개월 동안 보호예수를 걸었던 기관투자자 물량은 거래가 가능해진다. 또 모기업인 LG화학(051910)의 지분(1억9150만주‧81.84%)도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실제 매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모기업 LG화학의 보유지분 1억9150만주를 제외한 보호예수 해제 물량은 기관투자자가 배정받은 996만365주(4.25%)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808만2588주(3.45%)는 내년 1월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그래픽=이은현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유통물량이 극히 적은 종목이다. LG화학이 전체 주식의 80%를 넘게 보유하고 있었고 기관투자자와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물량은 대부분 보호예수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또 코스피200에 편입되면서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기 위해 외국인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투자한 지분도 상당하다. 이런 지분은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기 위한 투자이기에 단기간 사고팔지 않는다. 7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3.18%(744만6899주)다. 국민연금은 약 1000만주(4.3%)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한다.

이렇게 유통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거래가 적게 됐기 때문에 주가는 쉽게 하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27일 이후에 기관투자자들과 우리사주조합이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 주가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일부터 7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공매도 물량은 39만6581주로 전체 거래량의 27.95%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현재 공매도 투자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빌리기 위해서는 13~14% 가량의 수수료를 제공해야 한다. 10억원어치 주식을 빌려 공매도하려면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에 1년 이자로 1억3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최근 외국인들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하고 있어 안 그래도 들어올 수급이 없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대량 보호예수 해제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신규 배터리 공장 계획까지 재검토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2분기(4~6월) 실적을 공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3% 감소한 19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5조7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