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소형 성장주를 외면하던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낙폭을 키워온 코스닥 시장이 하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의 단기 투자 성적표는 좋지 않은 만큼 추종 매매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 /뉴스1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1099억원을 순매수했다. 또 다른 ‘큰 손’인 외국인이 같은 기간 3조4426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외국인의 매도 행렬에 코스닥은 1037.83포인트에서 778.30포인트까지 25% 떨어졌다.

연기금은 지난 1월 코스닥 시장에서 3474억원을 순매도했지만 한 달 뒤 순매수로 돌아섰다. 2월 들어 994억원을 사들인데 이어 3월엔 1964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4월(476억원)과 5월(1086억원)에도 순매수 행렬을 이어갔고, 이번 달 역시 같은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은 올해 6조2279억원 순매수하며 연기금과 함께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2차전지 양극활 물질을 만드는 기업인 엘앤애프로, 올해 2086억원을 순매수했다. 아프리카TV(507억원)와 에스엠(041510)(391억원)이 그 뒤를 이었고, 셀트리온헬스케어(371억원)와 에코프로비엠(247540)(319억원)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은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연기금은 통상 주가가 밀릴 때 주식을 매수해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연기금마다 성격이 다른 만큼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코스닥 시장의 주가가 많이 내려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섰지만 투자 심리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에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 여러 악재가 해소되지 않아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 증시를 떠났기 때문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건 외국인”이라며 “연기금 수급도 중요하지만 투자 심리는 외국인의 수급이 좌우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매수를 주가의 바닥으로 보고 투자할 개인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기관 자금을 자산운용사가 위탁 운용하는 경우도 있어 연기금을 하나의 단일 주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국 시장이 싸졌기 때문에 매수한 것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수급만 보고 추종하는 투자는 실익이 없다”고 조언했다.

실제 올해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수익이 나고 있는 종목은 엘앤애프(17.6%)와 에코프로비엠(10.5%)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 8개 종목은 평균 19.1%의 하락률을 보였고, 가장 많이 하락한 아프리카TV의 주가는 53.6% 내리며 반 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