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에 육박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과 이를 통제하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심화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고유가, 고금리, 강달러의 3중고의 악재를 겪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400선까지 내려가고, 추세적인 하락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9.57포인트(1.13%) 하락한 2595.8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3일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연준이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했고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 더 과감한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세계 경기 위축 등 악재가 코스피지수에 영향을 주면서 지수가 일시적으로 2500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SK증권이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코스피지수 1차 저지선은 2470~2480선이다.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뚫고 그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구조와 강달러 상황에 취약한 국내 증시의 상황도 향후 지수 반등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반도체 등 제조업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줄 가능성이 있다. 또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래에셋증권과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내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전달보다 1.2% 하향 조정됐다. 12개월 선행 EPS는 기업 이익의 향후 전망을 가늠하는 지표다. 영국(+1.2%), 일본(+0.4%), 유럽(+2.2%) 등 선진국 시장은 상향 조정됐지만, 중국(-2.4%), 홍콩(-1.2%) 등은 하향 조정됐고, 우리나라도 EPS 하향 조정국에 포함됐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이익이 악화하고 있고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분야 비중이 커서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이은현

달러화 강세와 환율 급등도 코스피지수 하락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0일(현지시각) 104.151까지 올라섰다. 달러인덱스가 104선까지 올라온 것은 지난 5월 16일(104.200) 이후 한 달 만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한 달만에 1280원대로 올라섰다.

서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서 강달러 현상을 용인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국내 기업 이익 감소와 맞물리며 국내 증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 하락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장기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고, 가시화되는 양상”이라며 “코스피지수의 기술적 반등, 안도 랠리는 있더라도 2023년 상반기까지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