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29.57포인트(1.13%) 하락한 2595.8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지난주(6일~10일)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긴축 긴장감에 전주 대비 74.78포인트(-2.8%) 내린 2595.87에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각각 2814억원, 847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코스피는 ECB 금리 인상과 반도체주 부진에 증시 하방 압력을 받았다. 앞서 ECB는 9일(현지 시각) 개최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도 7월 회의에서는 0.25%포인트(25bp) 금리 인상을 공식 예고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8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는 더 큰 폭의 인상이 진행될 수 있다며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CB 금리인상 예고로 미국 증시가 기술주 위주 하락했던 영향과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에 외국인 매물 출회 확대 압박을 받았다”면서 “아직 남아있는 미국 물가지표 경계심도 상존하면서 상승폭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지수 하락 여파와 경기 우려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영향으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의 낙폭도 확대됐다. 장중 한때 중국의 5월 물가지표가 예상치에 부합된 수준으로 발표되고 중국 증시 상승 흐름에 낙폭을 줄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경계감과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대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재차 상승하며 1260원 중반대를 기록했다.

◇ 코스피지수 지난주와 비슷한 흐름 예상

이번주(6월 13~17일) 코스피지수도 지난주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주 코스피지수는 2570~2700포인트선을 오르내릴 것으로 봤다. 이번주 지수 상승 요인으로는 한국 신정부 세제개편 기대감, 연준 통화정책 관련 우려 경감 예상, 중국 수출 서프라이즈 등이 꼽힌다. 반면 하락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세계은행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 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CPI(소비자물가지수) 등 경기 관련 지표들에 주목했다. 미국 노동부는 5월 CPI가 8.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8.3%보다 0.3%포인트 높은 것은 물론 41년래 최고치다. 미국의 CPI는 지난 3월 8.5%를 기록, 40년래 최고치를 보였으나 4월 8.3%로 떨어지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친 듯했다. 그러나 5월 CPI가 이를 크게 웃도는 8.6%를 기록, 41년래 최고로 치솟았다. 관련 소식에 미 3대 증시는 모두 2~3% 내렸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5월 CPI와 관련 “최근 헤드라인 CPI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상향된 반면 근원 CPI(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및 서비스 가격 변동 측정) 컨센서스는 하향됐다”며 “물가 정점 통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물가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최근 경제지표 반등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와 수출 등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오는 15일에는 5월 산업생산·소매판매가 발표될 예정이다. 김영환 연구원은 “4월을 저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중국 모멘텀은 외국인 자금의 국내증시 이탈 우려를 완화해준다는 점에서 단기반등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금융시장은 연준이 6월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주 15일 FOMC가 개최되는 만큼 당분간 시장의 긴축 경계감은 지속될 수 있다.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각) “6월과 7월에 0.5%포인트씩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는 3일 기준 연준이 6월 회의에서 빅스텝 인상을 할 확률 99.3%, 7월에도 연이어 인상할 확률을 89.5%로 집계했다. 시장의 관심은 9월 금리인상 폭이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달 중순 윤석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도 주목된다. 신정부 출범 이후 첫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점에서 향후 5년간의 경제정책 청사진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세법 관련 정책이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하는 등 개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편이 다뤄지면 한국 주식시장은 정책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할인율 부담으로 인해 조정받은 성장주는 6~7월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구간이지만 향후 다가올 경기 둔화 시기에 실적 영향이 클 기업들의 경우 주식시장 상승 시 차익실현 욕구가 빠르게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업종 차별화 예상...자동차·게임·엔터테인먼트·통신주 주목

이번주에는 중국 코로나 관련 소식 등에 주목하며 반도체 및 애플 부품주 등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업종 차별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주요 관심 업종으로 자동차, AI, 게임, 엔터테인먼트, 통신 등을 꼽았다.

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라는 점, 중국의 코로나 규제 소식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원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한국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진 점도 증시에는 부담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지난 1년간 선제적인 조정 폭이 깊었던 터라, 현 시점에서 추가 하방 위험은 낮다고 볼 수 있다”면서 “뒤늦은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