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투자중개)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키움증권이 관련 서비스를 폐지한다. 지금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키움증권이 지난 2016년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등록되며 서비스에 뛰어든 지 6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모험 자본 활성화를 위해 크라우드펀딩 시장 확대에 힘을 쏟았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벤처기업, 중소기업이 증권사 등 중개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크라우드·crowd)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펀딩·funding)하는 방식이다. 자금 모집과 보상 방식에 따라 크게 후원기부형·대출형·증권형 등이 있는데 국내에서 투자 목적의 증권형은 2016년 1월 처음 도입됐다.
3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자진폐지하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2016년 6월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키움크라우드'를 운영해왔다. 현재는 최종적으로 사업을 철수하기 전 금융감독원 요구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의 신청을 받는 단계다.
키움증권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처음 뛰어든 건 중기특화증권사 지정 때문이었다. 중기특화증권사는 중소 및 벤처기업에 특화된 금융투자업자로, 정부에선 2016년부터 2년마다 한 번 심사를 거쳐 5곳(올해 8곳 예정)을 지정했다. 키움증권이 처음 중기특화증권사 지정 신청을 했을 당시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업에 진출한 증권사에는 일정 점수가 더 부여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에 주어진 가산점이 초기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키우는 데 주요 동인이 됐다"며 "초반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주춤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종투사로 지정된 만큼 기존에 중기특화증권사로서 집중하던 업무 영역을 새로운 쪽으로 옮겨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의 크라우드펀딩 중개는 2017년 6월 홍채인식 '아이리시스'가 마지막이었다. 키움증권이 서비스 개시 이후 중개한 펀딩 8건 중 펀딩에 성공한 건 아이리시스를 포함해 4건이다. 그 규모는 11억2000만원에 그쳤다. 증권사가 펀딩 성공 시 펀딩 금액의 3~5%를 중개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키움증권이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로 얻은 이익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급감하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발행 규모는 165억원으로 한 해 전(279억원)보다 40% 이상 줄었다. 사실상 제도가 도입된 2016년(166억원) 수준으로 뒷걸음친 것인데, 2017(271억원), 2018년(317억원), 2019년(390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발행 규모는 2020년부터 2년 연속 감소했다.
투자자 이탈도 빨라졌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는 크게 일반투자자, 적격투자자, 전문투자자로 나뉜다. 지난해 일반, 적격, 전문투자자를 모두 합친 투자자는 전년(1만744명)대비 3294명 감소한 745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2만1080명)과 비교하면 35% 수준이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5개월간 누적 투자자(1651명)는 2017년 11월 한 달 투자자(2583명)의 절반을 조금 더 넘는다.
그동안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횡령, 부도에 따른 피해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 국내 한 게임업체는 크라우드펀딩으로 5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았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산 제품을 국내에서 개발한 새 제품인 것처럼 둔갑해 판매한 사례가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등록된 기업은 와디즈, 크라우디, 오마이컴퍼니, 오픈트레이드, 펀딩포유 등 모두 15곳이다. 기존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는 키움증권을 비롯해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우리종합금융 등이 있다. 다올투자증권(옛 KTB투자증권)은 2020년 관련 서비스를 철수했다. 올해 들어 증권사에서 중개한 펀딩은 한 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