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기업 엘앤에프(066970)가 워런 버핏급 자사주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6년 전 1주당 8000원대에 취득한 자사주 100만주를 미국 자산운용사 등에 27만원대에 매도하기로 했다. 오는 8월 말까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도할 계획인데 차익은 27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자회사를 합병해 저가에 취득한 주식을 고점에서 시장에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 23일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00만주를 처분하기로 하고 오는 8월 23일까지 블록딜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고 인수 기관은 미국 자산운용사인 브룩데일 인터내셔널 파트너스(Brookdale International Partners) L.P 외 2개 기관이다. 브룩데일 인터내셔널 파트너스 L.P는 지난 2019년 국내 반도체 부품회사 네패스(033640)의 자사주 50만주와 도이치모터스(067990) 자사주 100만주를 인수해 간 곳이다.
엘앤에프 이사회는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장중 27만9000원까지 올랐던 지난 23일 자사주 처분을 전격 결정했다. 회사 측이 예상한 1주당 처분 가격은 27만6600원, 총 매도 금액은 2766억원이다. 엘앤에프는 공시를 통해 "해외 투자자금 및 시설‧운영자금의 조달을 위해 처분하며 실제 처분되는 주가와 처분 금액은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블록딜을 8월말까지 진행하기로 공시했지만 이 때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최대한 빠른 시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엘앤에프는 브룩데일 인터내셔널 파트너스 L.P 외의 인수 기관은 공개하지 않았다.
엘앤에프가 이번에 매도하는 자사주의 대부분은 주당 8000원대에 취득했다. 엘앤에프는 현재 373만8611주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이 중 대다수인 353만8325주는 지난 2016년 2월 비상장 자회사였던 엘앤에프신소재와의 합병과정에서 취득했다. 합병 당시 엘앤에프가 엘앤에프신소재의 주식(보통주 671만2750주‧지분율 52.44%)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엔앤에프신소재 1주당 0.5주 가량의 엘앤에프 주식을 받게 된 것이다. 엘앤에프신소재 2주를 엘앤에프 1주로 바꾼 것이다. 정확한 합병 비율은 1:0.5270912다. 합병 당시 엘앤에프신소재의 합병가액은 1주당 4329원, 엘앤에프의 합병가액은 8213원이다. 엘앤에프 자사주 353만8325주를 주당 82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평가해 받아온 것이다.
엘앤에프는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1주당 26만8387원, 100만주에 대해 총 2683억8700만원 가량의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금액과 견주면 6년여 만에 33.6배의 차익을 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워런 버핏급 자사주 매매 기술"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엘앤에프 주가는 엘앤에프신소재와 합병했던 2016년 2월 6000원대(6258원‧2016년 2월 12일 저가)에 머물렸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의 확대와 이에 따른 2차 전지 붐을 업고 주가가 급등해 현재는 20만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8조7596억원이며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3위다.
증권업계에선 엘앤에프의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 차원에서 기업가치 성장에 꾸준히 기여할 것"이라고 이번 자사주 매각을 평가했다. 엘앤에프는 현금성 자산이 1818억원에 불과하고 부채비율은 91%에 달하는데 공장신설 등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개 증권사의 엘앤에프 목표주가 평균치는 37만2857원이다.
다만 비상장 자회사를 흡수합병해 저가에 주식을 취득해 고점에서 매도하는 자사주 매매 전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은 보통 자사주를 취득하면 소각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데 엘앤에프처럼 많은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취득한 후 소각하지 않고 주가가 올랐을 때 매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면서 "자사주 취득을 투자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