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쌍용자동차에 대한 상장 폐지 심사에 착수한다. 내달 중순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퇴출할지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와 회계업계에서는 쌍용차가 2년 연속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가능성이 없는 적자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쌍용차가 현재 매각 절차 중이어서 새 인수자가 나올 때까지 최장 1년간의 추가 경영개선 기한을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쌍용차는 2020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1년간 주어졌던 경영개선 기한이 전날인 14일 만료됐다. 경영개선 기한이 종료된 후 쌍용차는 7거래일인 오는 4월 25일까지 경영개선에 대한 이행 내역서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15거래일 이내에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개선계획의 이행 여부와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해 상장폐지를 할지를 정한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이미 작년 초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개선 기간 1년을 줬는데 올해 초에 다시 감사의견 거절이 나왔다"라며 "일정에 따라 5월 중순쯤 상장공시위원회가 열려 추가로 경영 개선기한을 줄지 아니면 상장폐지를 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공시위원회는 1명의 거래소 임원과 8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다.
현재로서는 거래소가 쌍용차를 상장폐지 할 가능성이 크다. 2년 연속 존속기업으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감사인의 의견이 확정됐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이 지난달 31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해 26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2020년(4493억원)에 이어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80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쌍용차가 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은 이유는 기업이 계속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어서 이 판단을 바꾸기는 어렵다"라며 "이런 판단을 내렸는데도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를 시키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더 이상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회계법인이 2년 연속 판단했음에도 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가 이런 의견을 무시하고 상장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공인회계사는 "상정회계법인(감사인)이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하기 힘들다는 명확한 의견을 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상장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면서 거래소가 상장폐지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상장폐지 여부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쌍용차를 상장폐지하면 기존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이런 책임을 피하려고 상장공시위원회가 쌍용차 매각 절차를 지켜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의 재매각 절차에 대해 '스토킹 호스'(수의계약 후 공개입찰) 방식을 승인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5월 중순쯤 쌍용차의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는 쌍방울그룹, KG그룹, 파빌리온 사모펀드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처럼 큰 기업은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상장공시위원회의 회의를 계속 연장해 진행하며 2~3개월의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고, 추가로 경영개선 기한을 줘서 책임을 피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말 기준 쌍용차의 소액주주는 4만8452명,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지분율은 25.3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