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연기금·공제회 운용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3배 가까이 웃돈 가운데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린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연초부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금. /뉴스1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10.77% 잠정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999년 11월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되고 2019년에 거둔 11.31% 수익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63%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배 높은 수익률이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국민연금이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던 이유는 해외 투자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해외주식이 29.48%로 가장 높았고, 대체투자(23.80%), 해외채권(7.09%), 국내주식(6.73%)이 뒤를 이었다. 국내채권의 경우 1.30%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내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비중은 전년(23.1%)보다 약 4%포인트(P) 증가한 27.0%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2017년, 2018년까지만 해도 해외주식 비중은 17%대에 그쳤다. 지난해 말 16.8%였던 국내주식 비중은 오는 2025년까지 15% 내외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IT, 바이오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선진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외주식 성과가 두드러졌다”며 “달러 강세로 환차익 효과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MSCI ACWI ex-Korea·달러 기준)는 19.38%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8.96% 상승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역시 해외 투자 덕분에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사학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11.95%를 기록하며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금 운용수익(2조4738억원)은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사학연금은 기금 고갈 시점이 당초 2049년에서 2052년으로 3년 늦춰졌다고 발표했다.

자산군별로는 해외 대체투자와 주식 수익률이 돋보였다. 해외 대체투자는 34.26%, 해외 주식은 27.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대체투자도 15%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해외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증시 강세,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이 컸던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수익률은 11.3%로 지난 2009년(29.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금융, 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높은 매각 차익을 거둔 가운데 해외 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 실적이 좋았다는 분석이다. 전년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국내 주식 수익률을 해외 주식이 상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때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전체 운용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54.6%로 주식(20.9%)과 채권(21.2%)을 모두 합친 것보다 그 규모가 크다. 지난해 6월 기준 주식과 채권에서는 국내 투자 비중이 해외 투자 비중을 웃돌았지만, 대체투자에서는 해외(30.8%)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23.8%)를 상회했다.

한편, 앞으로도 연기금과 공제회의 해외 투자 비중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 증시가 미국 긴축, 동유럽 지정학적 우려 등으로 변동성을 키우면서 그동안의 높은 수익률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 투자로 수익률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졌다.

정부도 공공기금에 투자자산 분산과 다변화를 주문하며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올해 시장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주식, 채권보다는 해외 대체투자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사회기반시설, 사모펀드, 헤지펀드, 실물자산 등 비전통 투자자산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