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기업이라며 ‘매수’를 추천했던 프로텍(053610)이 상장적격성 심사 위기에 처했다. 과거 7년간 특수관계자 간 거래 내용 기재를 두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금융당국은 ‘고의적 누락 여부’에 초점을 맞춰 심사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프로텍에 대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며 법인과 대표이사, 담당 임원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어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도 의결했다. 프로텍은 이날부터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프로텍 본사 전경/프로텍 홈페이지

반도체 패키징 공정장비 기업인 프로텍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특수관계자와 거래 내역과 상호 지급보증 내역을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받았다. 특수관계자란 지배·종속회사, 관계사, 주주, 임원 등 경영·영업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를 의미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프로텍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엘파텍과의 거래 내용이다. 엘파텍은 프로텍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시작으로 18.14%까지 지분을 늘렸다. 최승환 프로텍 대표(29.9%)에 이어 2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엘파텍은 반도체 장비부품 제작사로, 매출액 대부분이 프로텍에서 나온다. 2019년 기준 엘파텍의 전체 매출액은 149억7500만원인데, 프로텍에서 발생한 매출이 136억8700만원으로 전체 91%를 차지했다.

2019년 12월 금융당국에서 프로텍에 재무제표 심사를 통보하면서 엘파텍과의 거래도 모두 중단됐다. 프로텍은 재무제표 심사에서 지적사항이 나오면서 감리를 받게 됐다.

엘파텍은 2019년 영업이익률 45.3%를 기록했지만, 프로텍과 거래가 끊긴 2020년 영업손실로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57억4500만원에서 2억1900만원으로 96% 급감해 남는 게 없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67억2800만원에서 2020년 마이너스(-) 11억7300만원으로 추락했다.

엘파텍이 발행한 5억7500만원 규모의 BW의 실소유주 문제도 지적됐다. 2013년 무기명식 사모 BW를 발행했는데, 행사 시 10만주가 새로 발행된다. 엘파텍의 전체 발행주식 수가 2만주인 점을 고려하면, BW 행사로 지분 83.3%를 소유해 영업이익률 40%가 넘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프로텍 측은 “2019년 금감원의 통보를 받고, 2020년부터 지적사항을 개선해 주석 사항을 기재했다”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공표한 회계기준인 IFRS 도입 이후 해당 사항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거래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로텍은 올해 초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매수’ 리포트를 제시한 기업이기도 하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월 프로텍의 고마진 제품인 열방출장치(Heat Slug)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5만7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