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도 관련 스타트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서 증권사들이 신규 투자에 나선 기업들 가운데 블록체인,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5일 비햅틱스라는 기업에 시리즈B 투자를 했다. 비햅틱스는 촉각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조끼, 토시 등 관련 제품을 가상현실(VR) 업계 및 개인에게 판매한다. 비햅틱스는 이번 투자금을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공간 제품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11일 블록체인 기반의 프롭테크 기업인 루센트블록에 시리즈A 투자를 집행했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2018년 3월 설립된 블록체인 기반의 프롭테크 기업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증권화해 주식처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거래소 ‘소유’를 개발했다.

SK증권은 지난 8일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엠투에스에 6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했다. 엠투에스는 VR 기기 등을 활용한 안과용 의료기기 등을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눈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관찰한 뒤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KB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원프레딕트라는 AI 기반 기업 시리즈C 투자에 지난 22일 참여했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 6.14%를 인수한 바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전담으로 하는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코인 은행’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하는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현재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은 올 3월에 블록체인혁신금융팀을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전담팀은 없지만 꾸준히 스터디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전담팀을 꾸릴 계획 등은 없지만 시장 흐름에 대해서 꾸준히 스터디하면서 팔로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의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요즘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맞는 것 같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가 완화되면,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사업에 더 많이 뛰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증권사들에게 향후 시장 성장성이 높으며 기존 사업 모델과 연속성을 지닐 수 있는 신규 수익원은 가상자산 사업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실물자산이 가상자산으로 바뀌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증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거의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증권사의 첫번째 가상자산 사업 진출 가능 분야는 수탁업이 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사업이 제도권 내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중장기적으로 증권사의 신규 수익원 중 하나로 구조적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증권사의 가상자산 수탁 비중이 2024년 30%에서 2040년 7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및 관련 산업은 일시적인 인기몰이에 그치지 않고 성장성과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져 관련 생태계의 확장은 지속될 전망인데 그 기본은 바로 블록체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블록체인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49억 달러(약 5조9360억원) 수준이었는데 2026년 671억 달러(약 81조2849억원)로 연 평균 68%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