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직장인 한모(38)씨는 평소 금테크(금+재테크)를 한다는 지인으로부터 새끼손톱만 한 동그란 금덩어리 두 개를 샀다. 크기가 작아서 ‘쥐똥’이라고도 불리는데, 개당 가격이 24만원을 웃돌았다. 한씨 지인을 비롯해 금테크를 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쥐똥금을 요구르트병만 한 유리병에 모은 뒤, 되팔아서 시세 차익을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 돈(3.75g)짜리 주물(鑄物)금인 쥐똥금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괴나 골드바 같은 다른 실물 금과 달리 쥐똥금은 세금, 수수료 부담 없이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에 수요가 늘고 있지만, 품질 보증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연합뉴스

7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금 99.99K 현물은 1g당 850원(1.15%) 상승한 7만49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세 기준으로 금 한 돈은 약 28만988원이다. 지난달 3일 1g당 가격이 7만1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값은 한 달 만에 6.9%가 뛴 셈이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28.9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우려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불확실성까지 맞닥뜨리며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인플레 헤지(위험회피)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4일 KRX금시장에선 하루 동안 400kg이 넘는 금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일평균 금 거래량(약 114.1kg)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금거래소를 자회사로 둔 아이티센(124500)은 금 거래량 증가 추세가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지난달에만 17.7% 상승했다.

한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에 금 살 기회를 놓쳐서 적절한 매수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금 실물 살 방법을 알아보다가 쥐똥금을 분양(판매)한다는 지인이 있어, 비교적 싼 가격에 샀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수백 개까진 안 되더라도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사두고 되팔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본인이 모아둔 쥐똥금을 공유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이 쥐똥금을 담아두는 가장 일반적인 유리병 사이즈는 150ml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작은 커피 캔 또는 에너지 음료병 크기다. 150ml짜리 유리병에 적게는 300개에서 많게는 400개의 쥐똥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1000만원을 웃돈다.

4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 중인 쥐똥. /네이버 카페 캡처

쥐똥금의 경우 거래 시 세금, 수수료 부담이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개인이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금 실물을 직접 거래할 수도 있고, KRX금시장, 시중은행 금 통장(골드뱅킹), 금 신탁상품, 금 펀드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때 일반적으로 골드바와 같은 금 실물을 거래할 때는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하고, 구입처에서도 수수료 명목으로 약 5%를 추가로 떼간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쥐똥금에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제조사, 품질, 보증처, 일련번호 등이 기재된 골드바와 달리쥐똥금금은 생산자가 자체로 순도를 분석했다는 마크 외에 가치를 보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쥐똥을 거래할 때는 보증서뿐 아니라 합법적인 거래 여부, 순도, 중량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전무는 “(쥐똥금은) 골드바나 금괴보다 싸다는 이유 때문에 수요가 있다”며 “일부 업체에서 생산하고 나면 개인 간에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져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합법적이지 않은 거래나, 제대로 된 보증서가 없는 경우가 많아 순도, 중량 등이 검증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2일 기준 1g당 4만5770원이었던 금값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3일에는 6만1240원으로 약 33.8% 상승했다. 일평균 금 거래량 역시 2018년(19.6kg), 2019년(43.6kg), 2020년(105.6kg)에 이어 지난해에는 114.1kg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앞으로도 금값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심수빈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금은 현재 금융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했고, 당분간 금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상반기 중에 국제유가가 진정되고,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실질 금리가 반등하면서 금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