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에 베팅한 간 큰 개미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 러시아 관련 상품에 투자했지만, 자칫 ‘휴지 조각’으로 날릴 위기에 처해서다. 지난 2주간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외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입한 자금만 700억원이 넘는다.

일러스트=손민균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국내 유일한 러시아 ETF ‘KINDEX 러시아MSCI(합성)’를 28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당 ETF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ETF 투자위험 지표인 순자산 가치 대비 시장 가격의 괴리율은 지난달 28일 30.26%까지 치솟았다. 이는 거래소 규정상 해외 기초자산 ETF의 괴리율 한도인 6%를 5배 웃돈다. 시장 가격이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이에 거래소는 오는 7일부터 ‘KINDEX 러시아MSCI(합성)’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매매 거래 정지 해제는 별도의 시장 안내가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당 ETF가 상장 폐지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국내투자자들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ETF도 대거 사들였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일 기준으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반에크 러시아 ETF’(RSX) 순매수 결제액은 1955만달러(한화 약 238억 212만원)에 이른다.

이어 ‘아이셰어즈MSCI 러시아 ETF’(ERUS),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ETF’(RUSL) 등도 사들였다. 2주간 개인투자자가 세 종목을 사들인 순매수 결제액은 3837만달러(467억1547만원)에 달한다.

해외 ETF 가격 역시 급락했다. RUSL 운용사 디렉시온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해당 RUSL을 상장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RUSL은 오는 11일까지만 거래된 후 18일 청산된다. ERUS와 RSX에 대해서도 운용사가 신규설정 중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