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기대를 모았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의 기존 주주 대상 청약이 미달됐다. 발행가가 현 주가보다 20% 이상 낮게 결정됨에 따라 기존 주주가 물량을 모두 소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실권주가 나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청약 기회가 돌아가게 됐다.

두산중공업의 8메가와트(㎿) 해상풍력발전기. /연합뉴스

13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료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의 청약률은 97.44%였다. 8287만2900주를 주당 1만3850원에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우성 배정한 뒤,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증자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금액은 총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의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봐 왔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2만4000원대에서 등락하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과잉 매물 출회 우려에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현재도 1만7530원(이달 11일 기준)을 기록하며 신주 발행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배정 받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청약에 참여하면 그만큼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청약 미달로 약 212만주의 실권주가 나옴에 따라, 해당 물량은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일반 주주는 15~16일 이틀 간 청약할 수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최근 공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며 주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주식을 현 시세로 미리 판 뒤 유상증자를 통해 낮은 가격으로 취득해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매도는 지난 8일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해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공매도 거래를 하거나 공매도 주문을 위탁한 사람은 이번 유상증자에 청약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금지 조치가 풀린 8일부터 공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두산중공업 공매도 대금은 총 13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이뤄진 거래 금액(3982억원)의 35%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이 비중은 지난 10일 43.6%까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