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청약 증거금 114조원’ 기록 등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불리던 LG에너지솔루션이 증시 입성 후 기대와 달리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실패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금리 인상 방침 등 영향으로 코스피 2700선이 붕괴되며 국내 증시 불안이 커지자, 내달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던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 기업수는 약 90~100개, 공모 규모 22조~25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상장시 시가총액은 180~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시총 2위에 오르면서 막대한 증시 수급에 블랙홀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공모주 청약에는 국내 증시 사상 최대인 114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상장 첫날 이 기업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8조1700억원으로 SK하이닉스(82조6283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위로 직행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시초가가 59만7000원에 형성됐다. 공모가 2배인 60만원에 단 3000원이 모자라 ‘따’에는 못 미쳤다. 상장 이틀째에도 10% 이상 폭락하면서 주가가 45만원으로 밀렸다. 시총은 105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IPO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미국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등 유럽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연기한다는 발표도 차기 IPO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28일 현대엔지니어링은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5~26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100 대 1 수준에 그치는 등 참여가 저조했다. 회사는 낮은 공모가 형성과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며, 상장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필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연합뉴스

이 같은 상장 철회에는 최근 증시 불확실성을 더하는 외부 요인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28일 코스피는 약 14개월 만에 장중 26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26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30일(장중 2591.34) 이후 처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관련 매파적 발언으로 인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며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상반기 IPO를 준비하던 일부 기업들 중에서는 최근 증시 상황이 악화되자, IPO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루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역대급 IPO 흥행을 거뒀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은 94개, 공모규모는 20조4500억원으로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2021년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공모금액은 총 20조4500억원으로 2020년 4조7000억원 대비 326% 급증했다. 종전 최대 규모인 2010년 10조2000억원보다 2배 넘는 수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상장 예정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CJ 올리브영,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SK쉴더스,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 교보생명, 쏘카, 원스토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을 준비하며 조단위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다.

흥국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증시 불확실성 속에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지난 2년 간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장 기업수와 공모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여전히 IPO 펀드의 높은 수익률이 지속되면서 기관들의 투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과 외국인 외에도 개미들의 공모주 투자 열풍이 커지면서 올해도 IPO 공모주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현재 대내외적 증시 불안 요소들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역대급 흥행이 차기 IPO 주자에게도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