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대주주 양도세가 화제다. 상장기업들은 연말에 주주명부를 확정해 주주를 정한다. 그런데 주주명부를 확정할 때를 기준으로, 한 종목을 10억원(직계 존비속 보유분 합산 기준) 이상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지정되고 이듬해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차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양도세를 피하려 주식을 파는 개인투자자들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소액주주들이 많은 종목을 중심으로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매도물량이 나오고 이런 현상으로 일부 종목의 수급이 안 좋은 영향을 받아 주가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상장기업 중에서는 소액주주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곳도 있어 연말 투자 시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매도물량은 연말에 반복되는 계절적 요인이기에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 본사 자료사진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005930)다. 금감원에 공시된 소액주주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 미만을 보유한 주주를 말한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종목 중 소액주주 현황이 공시된 기업들을 보면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로 518만8804명(이하 9월말 기준)이다. 소액주주가 500만명이 넘는 곳은 국내 상장기업 중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15만3969명이었지만, 9개월 만에 300만명 넘게 급증했다.

올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카카오(035720)도 소액주주들이 많은 기업이다. 카카오의 소액주주는 201만9216명이다. 시총 10위 안의 기업 중 삼성전자에 이어 소액주주가 가장 많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소액주주가 56만1027명이었는데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45만8189명이 늘었다. 9개월 동안 소액주주가 3.5배가 됐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12월 30일 7만8179원이었는데, 현재는 11만5000원 선까지 올랐다.

카카오의 계열사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323410)도 소액주주가 많은 곳이다. 지난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3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가 79만4655명이다. 또 네이버(NAVER(035420))도 78만2829명이 소액주주였다.

이어 현대차(005380)(58만1803명·2020년말 기준), SK하이닉스(000660)(43만1633명), 삼성SDI(006400)(30만9060명) 등도 소액주주가 30만명 이상 되는 곳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4조6174억원을 팔았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은 이런 매도물량이 대주주 지정 회피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개별 종목 주가에 이런 매도물량이 어떤 영향을 줄지, 또는 어떤 종목이 10억원이 넘는 대주주가 많은지는 알기 어려워 주가의 방향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월에는 대주주 지위를 피하려고 개인들의 순매도세가 증가하지만 기업 가치가 하락해서 매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에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주가가 횡보를 보인 곳이 많아 대주주 기준인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작년보다 줄었을 가능성도 있고 순매도세도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상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투자자들은) 세금을 안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 이미 대주주 지위를 피하기 위한 매도를 많이 했을 것"이라면서 "특히 올해는 주가가 지지부진한 종목들이 많아 대부분 수익률도 좋지 않기 때문에 세금까지 물을 수는 없다는 심리 때문에 대주주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매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회피 매도물량이 종목별 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소액주주 중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아 종목별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염 연구원은 "보통 과거 데이터를 보면 그해 성과(주가 상승률)가 좋은 기업들의 주식이 대주주 지정을 피하고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물이 연말에 많이 나왔다"라며 "올해도 이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유의해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