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발된 신입 회계사 대부분이 삼일·삼정·한영·안진 빅4 회계법인에 입사한 가운데 수석(최고득점), 최연소 합격자는 삼정회계법인을 선택했다.

빅4 회계법인은 수석과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매년 이들을 영입하는 데 촉각을 세운다. 하지만 연봉이나 처우, 회사 성향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입사를 선택하는 건 결국 개인 몫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중학교에서 제56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응시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56회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자는 지난해보다 62명 늘어난 1172명이었다. 이 중 빅4 회계법인이 채용한 인원은 전체 99.4%에 달하는 1165명으로 집계됐다. 삼정이 7년 연속 가장 많은 390명을 선발했고, 삼일(385명), 한영(220명), 안진(170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중견 회계법인, 일반 사기업 등에 취직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중 올해 시험 수석, 최연소 합격자는 삼정회계법인에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석은 서울대학교 4학년생 김민지(22)씨 평균 점수는 90.2점으로, 응시자 평균 점수(61.7점)보다 30점 가까이 높은 성적을 받았다. 김씨는 공인회계사 합격자 대부분이 상경계열 전공자인 가운데,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최연소 합격자는 고려대학교 2학년생 이새롬(21)씨다.

그동안에도 신입 회계사 대부분은 빅4로 입사했고, 여기에는 수석이나 최연소 합격자들도 포함된다. 최근 3년간은 삼일을 택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18년 시험 수석(김용재)과 최연소 합격자(김태윤), 2019년 수석(남동신)과 최연소 합격자(유정연) 모두 삼일에 입사했다. 지난해 수석(오준성) 합격자는 삼일에 재직 중이고, 최연소 합격자(김다현)는 삼정에 입사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수석이나 최연소 합격자라고 해서 업무 능력이 더 뛰어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수석이나 최연소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화제가 되기도 해 빅4 입장에선 데려오고 싶어 한다”며 “단순히 회사 규모만 놓고 보면 삼일이 가장 유리하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업무 스타일이나 현직 선배들 조언 등이 회사 선택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계사시험이 결국 자격증 시험이기 때문에 수석, 최연소 합격자 채용이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저합격점수(커트라인)를 넘으면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고, 향후 어느 회사를 선택하는지는 개인적인 판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험 주최와 관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도 수석, 최연소, 최연장 합격자 동의를 얻어 매년 발표를 하긴 하지만, 이들 진로를 추적하거나 집계하진 않는다.

앞으로 수석, 최연소 합격자를 비롯한 신입 회계사들은 각자 선택한 회계법인에서 1년 이상 실무 수습 기간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연수원 연수를 거쳐 정식 회계사가 된다. 주식회사 등 감사인에 소속돼 감사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2~3년 이상 실무 수습 기간과 회계연수원 연수를 추가로 이수해야 하는 만큼, 입사 후 최소 2년까지는 사실상 수습으로 근무하는 셈이다.

빅4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수습 회계사더라도 감사 업무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고, 감사보고서에 수습으로 기록하고 업무를 보게 돼 있다”며 “신입으로 입사하고 연말 감사시즌에 바로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졸업하지 않은 입사자는 파트타임으로 시즌에만 근무하고, 졸업 후에 풀타임으로 입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말이 되면 반복되는 빅4 등 회계업계 내 회계사 모시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를 포함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新)외감법)’이 시행되면서 업계 전반에서 회계사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감사 시즌까지 겹친 탓이다. 빅4에서 임금 인상과 중간 성과급 등을 제시하면, 중견 회계법인에선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내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은 이달 중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수험생 예측 가능성 ▲주요 회계법인 채용 현황 ▲응시인원 및 시험 적령기 인구 추이 등을 검토해 최종 선발인원을 확정하게 된다. 회계사 선발인원은 2018년 850명에서 2019년 1000명, 2020년 1100명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동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