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1~5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0.05% 내린 2969.27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8096억원, 70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873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피지수는 3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내내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2일 1.16%가 올랐지만, 다음날인 3일 1.25%가 내리는 등 변동성이 지속되는 양상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며 투자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업종별로 보면 철강·금속(-4.35%), 화학(–2.71%), 음식료(–1.62%) 업종이 하락했다. 반면 섬유·의복(4.46%), 비금속광물(2.39%), 의약품(2.01%), 종이·목재(1.56%) 등은 상승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후반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지만, 지수를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어 지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FOMC 이후 계속 상승해 외국인들의 매수 규모가 크게 늘지 못한 것도 코스피지수 하락의 원인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FOMC를 열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공식화했다.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달러(국채 100억달러+주택저당증권 50억달러)씩 축소해 내년 6월에 테이퍼링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시장의 우려처럼 내년에 2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는 않았다. 파월 의장은 금리와 관련해 완전 고용이 이뤄지는 내년 하반기쯤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이 예상한 대로 테이퍼링이 실시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지면서 미국 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크게 올랐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지수는 지난 4일(이하 현지 시각)까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5일 마감된 뉴욕 증시에서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203.72포인트(0.56%) 오른 3만6327.95로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도 전장보다 17.47포인트(0.37%) 오른 4697.5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31.28포인트(0.20%) 상승한 1만5971.59까지 상승했다. 3대 주요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치인 45만명을 웃도는 53만1000명 증가하는 등 고용 회복이 확인된 것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줬다.

그러나 한국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업종의 내년 실적 전망 하향 조정 등으로 3000선 안팎의 박스권을 오가며 상승하지 못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TV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 중이다. / AP·연합뉴스

이번 주(7~12일)에도 국내외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일요일인 7일 중국의 수출입 통계가 발표된다. 9일에는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10일에는 중국의 생산자·소비자물가와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된다. 이날 한국의 실업률도 확정 발표된다. 11일은 중국 최대 소비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다. 또 8일부터 11일까지는 중국 공산당이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8∼11일)를 개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한국 증시도 박스권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중국의 경기 둔화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주 열리는 중국의 공산당 6중 전회 직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가 2930에서 3060의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 미·중 물가 지표 공개, 인플레이션 우려 지속될 듯

이번 주 발표되는 국내외 경제지표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미국과 중국의 물가지표다.

미국은 오는 10일 10월 소비자물가(CPI)를 발표하는데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여 각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보다 5.8%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월과 11월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임금 상승률 등이 물가 지표에 가장 많이 반영되는 시기”라며 “지난해 같은 시기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낮아 올해는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높아지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5.8% 상승이지만 6%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발표되는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PPI)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표다. 중국은 최근 제조업 생산지표는 둔화하는 반면 물가는 급등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나오는데 이런 현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앞서 지난 9월 중국 PPI는 전년동기대비 10.7%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PPI는 이를 넘어서 12.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수출기업이 많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국의 생산자물가 수준이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을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생산자물가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얼마나 심한지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의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를 앞두고 지난 1일 상하이 시내에 알리바바의 옥외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 중국 대형 이벤트 ‘광군제·6중 전회’도 주목해야

오는 11일에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가 열린다. 이날은 8일부터 열리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가 막을 내리는 날이기도 하다.

시장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 애니(App Annie)는 올해 광군제 기간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판매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억달러 증가한 850억달러(약 100조2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생활건강(051900) 등 국내 화장품 기업 등도 광군제 특수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6중 전회도 국내 시장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기에 6중 전회가 끝나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정책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나라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국내 기업들의 이익 규모도 투자자들이 살펴봐야 할 수치다. 오는 8일 CJ제일제당(097950)을 시작으로 KT(030200)·강원랜드(035250)(9일), 넷마블(251270)·SK텔레콤(017670)(10일), 엔씨소프트(036570)·삼성생명(032830)·크래프톤(259960)·미래에셋증권(006800)(11일), 삼성화재(000810)(12일)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완전 고용을 전제로만 올리겠다고 이야기하며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누그러진 상태”라며 “이런 영향으로 이번 주에는 그동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지수가 상승하지 못했던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미국 지수를 따라 다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