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만 해도 고공 행진했던 코스닥벤처펀드 상승률(수익률)이 이달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악재가 잇따르면서 코스피지수뿐만 아니라 코스닥지수까지 1000선이 무너진데다 공모주 상승률도 부진한 탓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2018년 정부가 코스닥시장 육성과 벤처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전체 자금 절반 이상을 코스닥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또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투자 시 세액공제 혜택도 있다.

조선DB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19개의 지난 6일 기준 최근 1개월 상승률은 마이너스(-)5.11%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새에는 -2.71%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률이 내렸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0.84% 오르는 데에 그쳤다. 이는 지난 9월 말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당시 최근 3개월간 코스닥벤처펀드 상승률은 6%대였다.

코스닥벤처펀드 중 최근 일주일 사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 상품의 상승률이 -6%로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4[주식혼합-파생형]’이 -4.6%로 낮았으며, 현대자산운용의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도 -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선방한 상품은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코스닥벤처공모주리츠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으로, -1.1%를 기록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19개의 설정액 유입도 크지 않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 코스닥벤처펀드에는 31억원의 자금만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에 3443억원이, 해외주식형 공모펀드에 845억원이 몰리며 변동성 장세에서 펀드가 인기를 끄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코스닥벤처펀드에서 985억원의 설정액이 빠져나갔는데, 여기에는 지난 9월 말까지 코스닥벤처펀드 상승률이 높아지자 환매에 나섰던 차익 실현 물량이 포함됐다.

최근 코스닥벤처펀드 부진은 코스닥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것과 연결된다. 지난달 30일까지 1003.27을 기록하며 1000선을 넘었던 코스닥지수는 1일부터 지난 6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22.36으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8.06%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 공모주 의무보유 확약 등으로 주가가 내린 주식을 매도하지 못해 코스닥벤처펀드가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최근 수익률 부진에 영향을 줬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 물량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최근 공모주 열풍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날만 해도 코스닥시장에서 아스플로(159010)원준(382840)이 증시에 첫 데뷔를 했지만, 상장 첫날 기대치에 못 미치는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공모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높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바탕으로 투자자 사이에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 기대감이 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주라고 하더라도 상장되고 나면 시장의 영향을 받는다”라며 “코스닥시장이 이달 들어 국내외 증시 영향을 받아 부진했고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공모주도 이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우므로 코스닥 벤처 기업과 코스닥 공모주를 담은 코스닥벤처펀드 상승률도 더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스닥벤처펀드 중 상당수가 코스닥 바이오 업체를 펀드에 큰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 상승률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후 국내 바이오주는 최근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에이치엘비 등을 필두로 반등하긴 했지만, 급락 전 주가 회복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시장 내에서 대장주 업종으로 불리며 그동안 ‘수익률 불패’라고 여겨진 바이오 업종을 많이 담고 있다”라며 “최근 국내 증시에서 지수 하락 대비 바이오 업종이 많이 추락한 점도 코스닥벤처펀드 성적에 안 좋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