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의 공매도 대기 물량이 1500억원에 육박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법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로 사용한다.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최근 6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오는 11월 현재 주가보다 더 낮은 주가의 신주가 상장되기 때문에 주가는 지금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의 공매도 대기 물량이 많은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삼성중공업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2384만1582주, 금액으로는 1478억1780만84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중공업 전체 시가총액의 3.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매도 잔고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전 빌려놓은 주식 수로 일종의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이해하면 된다.
삼성중공업의 공매도 잔고가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유가증권 시장 상장 종목 중 5번째로 높다. LG디스플레이(034220), 롯데관광개발(032350), 신풍제약(019170), HMM(011200)이 삼성중공업보다 공매도 잔고가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5% 정도 하락했다. 그런데도 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투자자들이 보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 8월 9일 6590원에서 지난 7일에는 6250원까지 내려갔다. 하락률은 5.1%(340원)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높은 경쟁률로 공모가 최상단인 6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 청약을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삼성중공업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유상증자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부채와 자금난 때문에 2억5000만주를 할인된 가격에 신규 발행해 1조2000억원을 조달하는 증자를 진행 중이다.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과 부채상환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기존 주주에게 인수권이 주어진다. 오는 15일까지 삼성중공업 주식을 매수한 주주는 17일 기준(신주배정기준일)으로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기고, 이 권리가 있는 기존 주주는 오는 10월 28과 29일에 신주 인수를 신청하면 1주당 4950원에 인수할 수 있다. 현재 주가인 6200원대보다 100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다만 이 발행가는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해 임시로 정한 가격이며 확정된 신주 발행가는 오는 10월 25일 최종 결정된다.
신주는 11월 19일 상장된다. 신주가 상장되면 상장 주식 수가 늘어나 1주당 지분가치도 희석된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기존 주가를 희석된 지분가치를 반영해 수정주가로 조정하는 작업을 한다. 신주 발행가격(주가)이 기존 주가보다 낮으면 수정주가를 정할 때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0월 25일 신주의 확정된 발행 주가가 결정되고 이후 기존 주가 수준을 고려해 신주거래가 시작되는 11월 19일부터 수정된 주가로 시초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상증자를 하면 보통 할인돼 발행되는 신주 가격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하고, 그 이후에 유상증자 이전 수준의 주가까지 주가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런 통상의 선례를 고려하면 신주 발행가격인 4950원 선까지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주요 증권회사들은 지난달 이미 삼성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SK증권은 지난 8월 23일 목표주가를 7000원에서 6000원으로 내렸다. 삼성증권도 지난달 삼성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6000원에서 57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