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판매사인 크래프톤(259960) 상장 이후 이 종목을 35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는데 49만8000원으로 정해진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논란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매했고, 주가는 43만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은 이런 논란에도 크래프톤을 꾸준히 순매수하며 향후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gif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상장한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거래일 동안 기관은 크래프톤을 1687억900만원(38만1700주)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카카오뱅크(323410)(1941억1900만원‧263만7900주)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순매수 금액이다.

기관별로 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2100억원이 넘게 크래프톤을 사들였다. 4거래일 동안 연기금은 2149억7700만원(49만5800주)을 순매수했다. 이는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종목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IPO로 관심이 쏠렸던 카카오뱅크(1658억3400만원‧225만8800주)보다 490억원가량 더 많이 샀다.

펀드 자금도 크래프톤에 베팅했다. 공모펀드는 기관투자자 계정 중 ‘투자신탁’으로 잡히는데 이 투자신탁이 크래프톤을 10만주 넘게 순매수했다. 투자신탁은 4거래일 동안 452억3800만원(10만2300주)을 순매수했다. 또 보험회사도 크래프톤을 380억1800만원(8만7200주)어치 순매수했다. 크래프톤은 투자신탁과 보험사가 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산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이다.

크래프톤의 연간 실적 추이 및 전망(왼쪽)과 플랫폼별 매출 비중. / 크래프톤, KTB투자증권

개인투자자도 크래프톤에 돈을 집어넣고 있다. 상장 이후 44만6800주(1850억6000만원)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규모다. 크래프톤이 고평가 논란으로 공모가를 밑돌며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과 기관이 4거래일 동안 순매수한 규모는 3537억900만원이다.

크래프톤은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계속 있었던 곳이다. 금융감독원은 고평가 논란이 일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했고, 크래프톤은 최대 55만7000원으로 제시했던 공모가 희망 밴드(범위)를 40만원~49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해 정정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상장 첫날인 10일 공모가보다 낮은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친 후 11일과 12일 연속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고 13일 소폭 회복했지만 43만7000원(종가 기준)까지 주가가 내렸다.

다만 주요 증권사들은 아직 크래프톤이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해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3일 크래프톤의 목표주가를 51만원으로 제시했다. 또 메리츠증권은 72만원까지 목표주가를 높여 제시했다.

성종화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가 새로 출시될 예정인 2개의 게임 신작의 잠재가치를 고려할 때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크래프톤은 오는 9~10월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내년 여름 생존 공포 콘셉트 비디오게임인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게임들이 히트할 경우 현재보다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올해와 내년 매출액을 각각 6000억원, 2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2022년 출시 예정인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내년 매출액은 2452억원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6월에 미국 오픈 테스트를 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글로벌 사전 예약자 수가 1700만명을 돌파했다”며 “3분기 정식 출시까지 사전 예약자 수가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