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9~13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99.07포인트(3.03%) 내린 3171.2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개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8조913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7조452억원을, 기관은 1조441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수는 주 내내 하락세를 보였고 주 마지막 거래일인 13일에는 1.16%가 급락하며 32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5.17%), 종이‧목재(-2.9%), 비금속광물(-2.0%), 철강‧금속(-0.8%) 등이 내렸다. 반면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의약품 업종은 전주보다 4.3% 상승했다. 또 화학(0.66%), 섬유‧의복(0.45%) 등의 업종도 올랐다.
서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불확실성이 불거진 반도체 업종에 대해 대규모로 매도를 했고, 이 종목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많이 포진해 있다 보니 증시가 크게 하락한 한 주였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이 크다 보니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에도 영향을 줘 환율이 급등했고, 환차손을 우려해 다시 외국인들이 매도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증시 전반에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주(16~20일)는 중국의 7월 실물경기 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작된다. 16일 중국 7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가 일제히 발표된다. 또 다음날인 17일에는 미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도 발표돼 투자자들은 미중 양국의 경제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주 후반인 20일에는 한국의 7월 생산자물가도 공개된다. 같은 날 중국도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오는 26~28일 연례 경제·통화정책 학술 토론회인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박스권을 오르내리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 행사는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 모여 세계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학술 토론회(심포지엄)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40여 개국 중앙은행 총재, 경제학자, 투자자, 언론인들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시작 시기를 각국 중앙은행에 알릴 수 있어 주목된다.
테이퍼링 시기는 국내외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도 잭슨홀 미팅에 앞서 관망세를 보이며 증시 변동성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 범위를 3150~3270선으로 예상했다.
◇ 중국 소비‧생산지표 국내 증시에도 영향 줄 듯
이번 주 주목해 봐야 할 지표는 16일 발표되는 중국의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다. 이미 발표된 중국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9.3% 늘었지만, 이는 시장 전망치를 밑돈 수치였다. 또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9% 급등하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대외수요는 줄고, 중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상황을 시사하는 지표다. 다시 말해 중국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와중에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도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 경우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더 확산할 수 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7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7.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6월 증가율(8.3%)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7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전달 12.1% 증가에서 10.9%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실물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경우 중국 경기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이머징(신흥국) 시장의 외국인 수급이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조기 테이퍼링 촉각… 반도체 업황 우려도 변수
17일에는 미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도 발표된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6월에는 전달보다 0.6%가 늘었지만,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소매판매 결과에 따라 미국 소비 현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판단이 나올 것이고, 이런 판단이 미 국채금리 등 시장금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7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5% 늘어날 전망이다.
잭슨홀 미팅을 앞둔 이번 주 국내 투자자들도 연준이 이 행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를 지켜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일부 위원들은 당장 오는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야기해왔는데, 잭슨홀 미팅에서 이런 조기 테이퍼링 이야기가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시장은 이미 잭슨홀 회의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증시는 박스권을 오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잭슨홀 회의에서 조기 테이퍼링이 정해지면 연준이 제시했던 기준금리 인상 시작 시점인 2023년보다 더 빠른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이 불안한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도 행렬 지속 여부도 이번 주 국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관건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5조1000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외국인의 전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규모 4조3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과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영향에 따른 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반도체 순매도가 워낙 커 단기간에 증시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외국인의 반도체 비중 축소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지켜봐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