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5월 10~14일) 코스피지수는 인플레이션 공포 탓에 43.88포인트(1.3%) 하락한 3153.32로 마감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2% 상승한 영향이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3.6%)보다 훨씬 높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10일 3249.30으로 고점을 경신한 코스피지수도 연일 하락을 면하지 못했다.

다행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반발매수로 지수가 반등하면서 급락 추세가 진정됐다. 14일 코스피지수는 1% 반등했고, 이날 밤에 개장한 뉴욕 증시도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 오른 3만4382.13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5%, 2.32% 올랐다.

하지만 다음 주(5월 17~21일)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인지, 인플레이션의 전조인지를 두고 미국 정치권과 학계에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의 연설과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도 공개 예정이라, 연준의 시장에 대한 관측에 따라 미국 증시를 비롯한 한국 증시가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다음 주 지수를 3050~32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3050~3180을, 한국투자증권은 3080~3200을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로 제시했다.

그래픽=송윤혜

◇ 인플레 압력 계속된다… 변동성 확대 유의해야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논쟁이 정쟁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발표한 2조달러 인프라투자안을 두고, 공화당에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 나타나는 물가 상승 추세가 일시적 현상인지, 인플레이션의 전조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미 연준에선 물가 상승 추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저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CPI 발표 이후 이뤄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물가 상승은 기저효과이며,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플레이션은 2022년과 2023년에 우리의 2% 장기 목표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달래기와 투자자의 불안감 사이에서 미국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여러 차례 인플레 우려를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화하며 긴축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의 연설이 있을 예정이고, 19일에는 4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된다. 연준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만한 내용을 말하면 지수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발언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지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에는 미국 국채 20년물 입찰도 예정돼 있다. 입찰 수요와 수익률에 따라 증시의 등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송윤혜

◇ 반도체주 운명은 안갯속… 당분간은 철강·금융주 추천

지난주 낙폭이 심했던 반도체주와 관련된 주요 일정도 다음 주 예정돼 있다. 20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논의하는 2차 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와 TSMC와 같은 반도체 업체도 회의에 참석한다. 다음날엔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앞서 진행된 1차 회의 이후 반도체 업체 가운데 인텔과 TSMC는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이번 반도체 대책 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파운드리 라인 증설과 같은 후속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최근 낙폭이 특히 심하다./네이버증권

반도체 투자 확대는 반도체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위축된 세트 생산을 정상화해서, 반도체 수요를 더욱 늘린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요가 감소한 이후에는 반도체 과잉 공급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종식 이후 모바일이나 노트북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라 더욱 민감하다. 반도체 투자 확대 소식을 투자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황 관련 의구심 해소에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IT 수급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당분간 경기민감주로 대피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노동길 연구원은 “인프라 투자안 통과 관련 미국 민주당의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경기민감주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철강·화학 등 경기민감주를 추천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에, 금융주도 추천 업종으로 꼽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고치”라면서 “금리 상승을 호재로 인식하는 금융주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