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이 '중복 청약 막차'라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28~29일 이틀간 증거금 81조원을 모집하며 막을 내렸다. SKIET를 마지막으로 대어(大魚)급 공모주 중 여러 증권사에 중복으로 공모할 수 있는 중복 청약은 이제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직 대어급 중복 청약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저버리기는 이르다"고 조언한다.
3일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흔히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 내 중복 청약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오는 6월부터 중복 청약을 막는다고 알려졌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보면 오는 6월 19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공모주까지는 중복청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공개가 예정된 기업 중 대어급인 크래프톤도 중복 청약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통해서 "보다 많은 투자자가 IPO 공모주 배정 기회를 갖도록 공모주 청약자들이 복수의 증권회사를 통해 청약하는 행위(중복 청약)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5월 20일 공포 즉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중복청약 금지 규정은 오는 5월 20일이 아닌 6월 20일부터 시행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들어가 있는 부칙 때문이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제68조 제 5항(중복청약 금지 규정)의 개정 규정은 공포 후 1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부칙을 달아놨다.
여기에 금융위는 "제68조5항은 시행 이후 모집 또는 매출을 하기 위해 최초로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경우부터 적용한다"는 부칙도 함께 달았다. 즉, IPO 하려는 어떤 기업의 공모 청약이 오는 7월이나 8월부터 진행되더라도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6월 20일 전에만 제출한다면 이 공모주는 중복청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대어급 기업공개 중 크래프톤은 중복 청약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장외 시가총액이 20조원에 달하는 크래프톤은 지난달 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냈다. 거래소 심사는 영업일 기준으로 45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하게 돼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2개월 이내에 예비심사를 통과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6월 초 전후로 크래프톤이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크래프톤이 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6월 19일까지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게 된다면 중복 청약 대상 기업이 된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모집·매출), 상장신청서 제출, 상장승인 통보를 거쳐 상장하게 된다.
다만 크래프톤이 6월 19일 이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8~9월 사이 공모 청약이 진행된다면, 상반기 실적 결산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어급 중에서는 중복 청약 기회는 없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언제 제출할지는 공모 일정 등을 고려해 크래프톤에서 정하기 나름"이라면서 "극단적으로는 예비심사를 통과하자마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도 있고 수 주 후에 제출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크래프톤이 언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크래프톤보다 상장예비심사를 늦게 청구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예비심사 통과가 많이 앞당겨져야만 중복 청약 가능성이 있다. 크래프톤보다는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지난달 15일, 26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냈다. 심사 지연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오는 6월 중순에서 말쯤에는 예비심사를 통과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6월 중순쯤 빠르게 예심을 통과하자마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면 아슬아슬하게 중복 청약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굳이 중복 청약을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당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