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우먼 CI.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CG인베스트먼트(CCGI)에 인수된 코스닥 상장사 공구우먼(366030)이 대규모 자금을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에게 대여했다. 상장사가 다른 상장사 대표 개인에게 금전 대여하는 것이 다소 이례적인 만큼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금전대여가 롯데관광개발(032350) 승계 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구우먼은 지난 15일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에게 250억원 규모의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 지난 1분기 기준 보유 현금 약 350억원의 70%에 달하는 규모로, 이자율은 4.9%다. 담보물로는 롯데관광개발 주식 약 170만주가 제공됐다.

업계에서는 공구우먼의 이번 자금 대여가 롯데관광개발 승계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관광개발은 김기병 회장 체제에서 차남인 김한준 대표에게 승계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김기병 회장이 롯데관광개발 주식 610만주(7.67%)를 증여하면서 김한준 대표는 현재 롯데관광개발 지분 약 2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하지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김한준 대표의 증여세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롯데관광개발 오너 일가는 승계 과정에서의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재산과 채무를 함께 상속받는 부담부 증여 방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부담부 증여는 증여 재산에서 채무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김한준 대표로서는 증여세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현재 김한준 대표가 보유 중인 롯데관광개발 지분 약 절반이 이 같은 방식으로 증여됐다.

김한준 대표가 부담부 증여로 받은 지분은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와의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이 걸려 있는 상태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은 주식을 매각한 뒤 일정 조건에 따라 되사올 수 있는 옵션이 걸려 있는 것을 말한다. 주식의 실제 소유는 매수자에게 넘어가지만, 매도자가 계약 조건에 따라 되사올 수 있는 만큼 주식에 딸린 의결권 등의 권리는 매도자가 누릴 수 있다.

결국 김한준 대표의 온전한 승계를 위해서는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채무를 갚아야 하는 만큼 여전히 비용 부담이 남아 있다. 현재 김한준 대표 보유 지분에 대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은 약 873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구우먼의 자금 대여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공구우먼이 롯데관광개발 승계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는 공구우먼의 최대주주인 CCGI와 롯데관광개발의 과거 인연이 꼽힌다. CCGI는 이달 1일 특수목적법인(SPC) 씨씨지모뉴먼트홀딩스를 통해 공구우먼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롯데관광개발

CCGI는 롯데관광개발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제주드림타워 사업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2021년 1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572억원 규모의 7-2회차 전환사채(CB) 인수와 함께 같은 해 말 100억원 규모의 8-1회차 CB까지 투자하며 든든한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반대로 김기병 회장이 CCGI를 지원한 적도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관계사이자 김기병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화투자개발은 2024년 CCGI가 보유 중이던 7-2회차 CB 일부를 인수했다. 당시 CB의 매입 가격은 전환가액과 같은 1만3250원으로, 당시 주가가 9000원대였음을 고려하면 시장가 대비 35% 비싼 값에 물량을 받아준 셈이다. 당시는 롯데관광개발의 제주도 사업이 순항했음에도 재무 부담 때문에 주가가 고전하던 시기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인연이 이번 자금 대여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아 있는 승계 과정에서 CCGI의 지원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