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JTBC 등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회생 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기사는 2026년 6월 18일 10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중앙일보가 발행한 137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채권단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의 난도가 높아졌다. 중앙일보는 회생절차 대신 워크아웃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사모사채에서 시작된 EOD가 공모채로 전이됨에 따라 기업회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그룹의 핵심 콘텐츠 계열사 SLL중앙은 현재로서는 회생 신청 가능성이 중앙일보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및 전환사채(CB) 상환 부담이 맞물려 있어, FI가 가진 담보권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지 등이 SLL중앙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 공모 사채권자 일괄 상대하려면 회생이 더 적절 의견도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중앙일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워크아웃 추진 계획을 밝힌 지난 15일 'BB+'에서 'B-'로 강등된 데 이어, 이틀 만에 추가 강등이 이뤄진 것이다.

중앙일보 공모채 EOD는 제49회 사모사채의 기한이익상실에서 비롯했다. 중앙일보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제49회 사모사채의 기한 이익이 먼저 상실됐고, 이에 따라 제43-2회·제46회·제47회·제51회 등 공모사채 4개 회차에 대해서도 기한의 이익이 상실됐다.

문제는 공모채가 얽히면서 구조조정의 이해관계자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기업회생이 아닌 워크아웃 절차를 밟겠다고 한 상태인데, 워크아웃은 은행 대주단과의 자율 협약을 골자로 한다. 은행이 금융권 부채의 상환을 유예해주거나 출자 전환을 한다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법원 회생 절차 없이 경영 정상화를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모 사채권자들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워크아웃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금융기관이 자동으로 묶지 못한다. 때문에 중앙일보 입장에서는 은행단과의 협의와 별개로 공모채 투자자들에게 상환 유예나 조건 변경을 설득해야 한다.

채권자 설득을 위해서는 상환 재원과 자구안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지만, 주요 계열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중앙일보가 활용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지원 카드도 제한됐다.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들이 나란히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업 회생에 정통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채권자들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은행단과 협의할 의무가 없으나, 회생에 들어가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기업회생 시 모든 채권자들의 권리 행사가 정지되기 때문에, 중앙일보 입장에서는 사채권자들까지 일괄 조정하려면 회생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즉 공모채 사채권자들의 권리 행사를 일단 막으려면 기업회생을 추진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앙일보 입장에서는 기업회생을 후순위 선택지로 놓으려 할 수밖에 없다고 법조계에서는 분석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기업회생에 들어가더라도 법원이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는 등 회사의 자율성을 많이 존중해주는데, 그럼에도 법원의 감독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며 "대외 이미지도 회생을 신청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 SLL중앙, 자산 매각·FI와 협상이 관건

SLL중앙의 경우 기업회생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LL중앙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1.1%, 차입금의존도는 35.8%였다. 작년 말 별도 영업이익이 307억원, 당기순이익이 269억원을 기록하는 등 자체 재무 지표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SLL중앙의 신용도도 빠르게 훼손됐다. 한신평은 6월 9일 SLL중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내린 데 이어, 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 신청 이후에는 다시 'B'로 강등했다. CP와 단기사채 등급도 'B-'로 낮췄다. 시장이 보는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대폭 커진 것이다.

SLL중앙이 처한 가장 큰 부담은 FI들의 회수와 차환이다. 프랙시스캐피탈은 2021년 SLL중앙 프리IPO 과정에서 약 3000억원을 투자했고, 텐센트 측도 약 1000억원을 투입했다. 콘텐트리중앙은 이달 12일 약 1700억원 규모의 지분 매입을 단행할 예정이었고, SLL중앙 제17회 전환사채 약 1215억원어치의 상환도 이달 30일로 예정돼 있다.

SLL중앙은 기업회생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FI와 대주단은 SLL중앙의 자산 매각 협상, 담보권 재조정, 상환 일정 조정 등을 요구하며 압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SLL중앙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보유 지식재산권, 티빙 지분 등은 그룹 내에서 현금화 가능성이 있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관건은 가격이다. 2021년 프리IPO 당시 SLL중앙의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미디어·콘텐츠 업종 밸류에이션은 크게 낮아졌다. 업계 1위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도 7000억원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