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제미나이

이 기사는 2026년 6월 15일 16시 5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중앙홀딩스·JTBC·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 등 5개사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 사건을 회생2부에 배당했다. JTBC가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지 이틀 만에 그룹 지주사와 주요 사업회사, 부동산·지분 보유 법인까지 잇달아 법원의 보호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그룹은 그동안 계열사 간 대여금과 지급보증, 담보 제공 등을 통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을 메워왔지만, 최근 들어 점점 외부에서 새로 돈을 빌리거나 기존 차입의 만기를 연장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내부 자금 순환 방식도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풀이된다.

◇ '지배구조 정점' 중앙홀딩스도 회생 신청

이날 기업회생을 신청한 중앙홀딩스는 중앙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홍정도 부회장이 지분 5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홍정인 콘텐트리중앙 대표가 37.2%,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7%를 갖고 있다.

중앙홀딩스는 중앙일보 지분 64.7%, JTBC 지분 25%, JTBC중앙 지분 100%, 중앙피앤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JTBC 지분 5%와 콘텐트리중앙 지분 2.4%도 들고 있다. 즉 중앙홀딩스가 신문·방송·콘텐츠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축의 정점에 있는 구조다.

중앙피앤아이는 중앙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그룹 지배구조 내에서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을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다. 중앙피앤아이가 콘텐트리중앙 지분 38.6%를 들고 있으며, 콘텐트리중앙은 다시 SLL중앙 지분 53.8%와 피닉스스포츠 지분 59.4%, 메가박스중앙 지분 96%를 갖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의 잔여 지분 4%는 중앙멀티플렉스개발이 갖고 있는데, 중앙멀티플렉스개발은 중앙피앤아이가 77.3%, 다보중앙이 22.7%를 보유한 회사다. 메가박스중앙 자회사로는 플레이타임중앙(지분율 100%), 메가아이스박스(65%) 등이 있다.

◇ 콘텐트리중앙, 그룹사 자금 지원 창구... 메가박스 비중 압도적

이번 회생 신청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이다. 콘텐트리중앙은 상장사이자 콘텐츠 부문 중간 지주사지만, 최근에는 그룹사들의 자금 지원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콘텐트리중앙의 계열사 대여금은 메가박스중앙에 압도적으로 쏠려있다. 지난해 말 기준 콘텐트리중앙이 중앙홀딩스·메가박스중앙·HLL중앙·피닉스스포츠 등에 빌려준 대여금 잔액은 총 2319억원이었다. 그중 메가박스중앙에 대한 대여금이 1680억원으로 전체의 72%를 넘었다. 중앙홀딩스·HLL중앙·피닉스스포츠 대여금 총합(639억원)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콘텐트리중앙의 메가박스 지원은 대여금에 그치지 않았다.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의 신종 자본성 차입과 관련해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했다. 메가박스중앙이 발행한 전자단기사채를 콘텐트리중앙이 되사거나 만기 회수 후 재취득하는 방식의 거래도 있었다. 형식은 전자단기사채 매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중앙의 단기차입 차환을 지원한 셈이다.

피닉스스포츠와 플레이타임중앙에 대한 자금 지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닉스스포츠는 콘텐트리중앙이 59.4%, SLL중앙이 40.6%를 보유한 스포츠 투자 법인이다.

피닉스스포츠가 외부 SPC에서 차입할 때 콘텐트리중앙이 보증을 섰고, 메가박스중앙은 자신이 보유한 플레이타임중앙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플레이타임중앙의 별도 차입에도 콘텐트리중앙이 보증을 제공했다.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를 지원하고, 메가박스는 플레이타임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며, 피닉스 차입에는 콘텐트리중앙 보증과 메가박스 담보가 같이 붙는 구조다. 계열사가 각자 차입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지분과 신용을 돌려가며 단기 유동성을 막아온 셈이다.

중앙홀딩스가 함께 회생을 신청한 배경도 이 같은 내부 자금 순환 구조에 있다. 중앙홀딩스는 그룹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면서, 재무적으로 계열사 자금을 끌어와 그룹 유동성을 관리하는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콘텐트리중앙은 중앙홀딩스에 400억원을 빌려줬고, 중앙일보도 중앙홀딩스에 450억원을 빌려줬다. 중앙피앤아이 역시 중앙홀딩스에 단기대여금을 제공했다. 한쪽에서는 중앙일보·콘텐트리중앙·중앙피앤아이 등에서 지주사로 자금이 올라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중앙과 피닉스스포츠, 플레이타임중앙의 차입을 대여·보증 등의 방식으로 떠받친 구조였던 셈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린 회생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 FI들 투자한 SLL중앙, 회생 명단에서 빠져

반면 SLL중앙은 이날 기업회생을 신청하지 않았다. SLL은 콘텐트리중앙이 지분 53.8%를 보유한 콘텐츠 부문 핵심 계열사다. 산하에 하이지음스튜디오, 클라이맥스스튜디오, 프로덕션에이치, 비에이엔터테인먼트, 필름몬스터 등 제작사를 두고 있다.

SLL중앙은 메가박스중앙처럼 콘텐트리중앙이 대여금과 단기채 매입 등으로 직접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준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콘텐트리중앙의 콘텐츠 사업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이자, 재무적투자자(FI)와의 주주간계약 이행 및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중심에 있는 계열사로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콘텐트리중앙은 올해 3월 SLL중앙 지분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63%까지 높인다고 공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앙홀딩스가 프랙시스캐피탈과의 주주간계약 이행을 위해 SLL중앙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SLL중앙 주식이 그룹 유동성 조달과 계약 이행 과정에서 핵심 담보로 쓰인 것이다.

◇홍정도 부회장 "월드컵 등 본업 중단 없어"

한편 중앙그룹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에도 본업을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생절차는 회사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다"라며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영업을 계속하면서 회사를 정상화하는 제도이며,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서 경영을 이어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썼다.

홍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취재진에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경영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대외 경제여건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금 경색 등 여러 이유로 오늘의 불가피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고용 안정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북중미 월드컵 중계 등 회사 각각의 본연의 업무는 중단 없이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