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선비즈

"올해 프리IPO 참여 등 자기자본 투자를 늘리고, 벤처투자펀드 출자도 재개했다."

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부사장)은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 중심 IB에서 투자형 IB로 넘어가는 흐름이 더 명확해졌다"면서 "성장성이 큰 '원석'을 얼마나 잘 발굴하는지도 증권사 IB 부문의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랠리에 따른 리테일 자금 유입과 금융 상품 판매 확대가 맞물린 데 더해, IB 부문 실적(수익)마저 71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상장 주관과 회사채 발행 등을 돕는 국내 증권사 IB는 올해 대부분 부진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강화와 중복상장 금지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역대급 침체를 이어가고 있고, 회사채 시장도 금리 부담에 발행 규모가 줄면서다.

그 와중에 삼성증권 IB가 선방한 배경에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있다는 것이 이 부문장의 설명이다. 이 부문장은 "지난해 프리IPO 자기자본 투자 규모를 200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150억원가량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문장은 기업금융·벤처지원 등 전통 IB는 물론 금융공학과 리스크관리, 부동산금융까지 두루 경험한 '멀티플레이어'형 수장으로 불린다. 과거 5조원 규모의 KT 민영화 작업을 비롯해 다양한 딜을 주도했다. 스스로도 '제너럴리스트'라고 말한다.

현재 삼성증권 IB1부문의 수익은 인수금융, IPO·프리IPO 투자, 구조화금융 세 축으로 굴러간다. 인수금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구조화금융과 IPO 부문 비중도 증가했다. 시장 침체 속 삼성증권 IB가 어떻게 활로를 찾았는지, 직접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증권사 IB가 요즘 힘들다는 말이 많다.

"회사채는 금리가 너무 올라 발행이 20%가량 줄었다. IPO도 분위기가 핫한 듯하지만 거래소의 눈높이가 여전히 높다. 코스닥시장을 '3000 시대'로 키우고 나스닥처럼 만들기 위해 좋은 회사만 들이려 한다.

과거 바이오 중심으로 기술성 평가를 워낙 많이 했는데 잘된 회사가 많지 않다 보니 거래소도 부담을 크게 느낀다. 상장폐지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퀄리티를 따지니 상장 자체가 많이 줄었다. 딜이 줄어든 만큼, 대체 수익원을 찾아내는 게 우리 역할이다."

-대체 수익원이 결국 투자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수수료 중심 IB에서 투자형 IB로 넘어가는 흐름이 명확하다. 발행어음 도입 때부터 시작된 변화인데, 증권사 자본력이 세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줄어든 수수료를 투자로 복구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발행어음이 없으니 지난해부터 프리IPO 쪽에 힘을 주면서 신규 수익원을 찾았다. 알지노믹스 같은 회사는 투자 수익이 꽤 컸다."

-프리IPO 투자를 본격적으로 늘린 계기는.

"원래 프리IPO 북은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쏘지 못했다. 좋은 회사를 소싱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IPO가 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13개 기업 IPO를 주관, 역량이 커졌다. 무엇보다 코스닥·기술특례서 성과를 냈다.

그러면서 좋은 회사 소싱도 가능해졌다. 요즘은 돈이 있다고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계가 괜찮아야 하고, VC들과도 함께 가야 한다. 지난해 삼성벤처투자와 리벨리온 투자를 리드했고, 올해 벌써 8건 정도를 승인했다."

-과거에는 증권사의 프리IPO 투자가 주관사 지위를 따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방향이 달라졌나.

"관계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딜을 따도 회사가 나빠져 상장을 못 하면 양쪽에서 다 깨진다. 좋은 회사를 소싱해 서포팅하다 보면 좋은 투자 기회가 생기고, 이걸 양쪽에서 수익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경쟁이 심하고 수수료가 낮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낼 수 없다. 상장 이후에도 기존 주주의 블록딜이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추가 자금 조달로 이어진다. 한 회사를 상장시킨 뒤 500억원 규모의 CB·BW를 주선한 사례도 있다."

-벤처투자펀드 출자를 재개했다고 했다.

"VC 블라인드 펀드 출자를 5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발행어음업을 신청해 둔 상황이라 모험자본을 늘려야 하는 이슈도 있다. 2017년부터 2020년 초까지 17개 펀드에 20억~30억원씩, 총 400억원가량 출자했는데 그땐 IPO 역량이 약해 효과가 크지 않았다.

아무리 출자해 관계를 맺어도 우리가 상장을 잘 못 하면 소용이 없다. 지금은 다르다. 유망 벤처기업 상장 부문에선 삼성증권이 이미 믿을 만한 하우스가 됐다. 오늘만 해도 한 VC 블라인드 펀드에 100억원 출자를 승인하고 왔다."

-사모펀드(PEF) 출자는 어떤가.

"PEF 출자도 대형사 중심에서 중견·해외 운용사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 JKL파트너스 등에 출자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H&Q코리아에 200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그동안 MBK파트너스나 맥쿼리 쪽을 많이 했는데 요즘 대형 PEF가 부진하다.

반면 해외 PEF는 인프라 쪽에 강하다. 지난해 KKR과 부산도시가스를 함께 했다. 중견 PEF는 인수금융뿐 아니라 보유 기업의 IPO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출자는 결국 커버리지를 넓히는 일이다."

-WM(자산관리)을 무기로 꼽던 과거와 달라졌다.

"신규 파이프라인이 늘었다. 부임해서 고객사들을 만나 '삼성증권의 약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연속성이 없다'고 했다. 커버리지 담당자가 자꾸 바뀐다는 것이다. 삼성은 한 사람을 한자리에 안 두고 돌리는 걸 성장이라고 보는, 약간 제조업식 사고가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IPO 20년, 커버리지 20년씩 한다. 한 대기업 임원이 '경쟁사는 내가 대리일 때 만난 담당자가 지금 대표가 돼서 다시 만나는데, 당신과는 만난 지 1년밖에 안 됐다. 같은 조건이면 누구한테 일을 주겠느냐'고 하더라. 그게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래서 조직을 어떻게 바꿨나.

"오히려 안 바꿨다. 부임 이후 조직 개편을 한 번도 안 했다. 보통 부문장이 바뀌면 4본부를 3본부로 만들고 기능을 섞는데, 나는 그걸 극도로 반대한다. 직원에게 피로감을 주고 고객에게 나쁜 인상을 준다. 커버리지를 흔들면 관계가 다 끊긴다.

한 팀이 감당이 안 되면 새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두 팀이 함께 들어가는 식으로 푼다. 출자를 재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자만 하고 담당자가 옮겨버리면 관계가 끊긴다. 한 사람이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 직원의 전문성과 시장에서의 몸값을 지켜주는 것이 결국 경쟁력이다."

-해외 기업의 국내 IPO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강점이 있는 해외 IPO를 더 키우려 한다. 지난해 테라뷰를 했고, 이번엔 라이선스 아웃이 활발한 미국 바이오 기업 인제니아의 국내 상장을 진행 중이다. 최근 바이오 USA에 직접 가서 한상(韓商) 기업 등 좋은 회사를 소싱하려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해외로도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홍콩·미국 다음으로 매력적인 자금 조달 시장이다. 유럽은 오히려 주식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가 보는 곳 중에는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은 해외 기업도 있는데, 2조~3조원 규모 기업들에는 한국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 구조화금융 분위기는 어떤가.

"구조화금융은 스프레드가 있어 우리가 팔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키워온 분야다.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이 무산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했는데, 그걸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PRS로 풀었다.

그동안은 기업들이 유동성에 쫓겨 기회가 많았는데, 지난해 워낙 많이 했고 올해부터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올해는 IPO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IPO에 힘을 싣는 이유는.

"IPO는 시장과 바로 연결되니 언론 주목도가 높다. 이걸 잘하면 'WM 중심 회사'라는 그동안의 평판에서 벗어나 '삼성증권 IB가 세졌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IPO와 투자 자본차익으로 메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