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있는 홈플러스의 모습. /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3월 3일 16시 1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2개월 연장하면서 당장의 청산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Debtor-In-Possession)을 투입하며 심폐소생에 나선 결과다. (관련 기사☞[단독] 김병주 회장의 '자택 담보'… MBK, 홈플러스에 홀로 1000억 수혈)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 확보한 2개월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이 아닌, 채권단과의 줄다리기를 위한 '유예 기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금융그룹 등 주요 채권단이 청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자금 해법 없이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이달 4일에서 오는 5월 4일까지 2개월 연장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법원은 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시 6개월 범위 내에서 기한을 늘릴 수 있다.

법원의 이번 기한 연장 결정에는 MBK파트너스의 신규 자금 수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판부는 MBK파트너스가 우선 투입할 1000억원으로 시급한 직원 급여 등 채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회생계획안이 폐지될 경우 해당 자금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기한 연장이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의 매각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당장 물류망과 매장 운영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대형 유통업체의 즉각적인 청산이 불러올 연쇄 파장을 우려하던 법원 입장에서도 정상화 가능성을 한 번 더 타진해 볼 명분을 얻은 셈이다.

문제는 이번에 투입되는 1000억원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누적 부채 규모와 매달 투입되는 운전 자금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말 홈플러스가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당장 총 3000억원의 긴급 운영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MBK파트너스와 주요 채권단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온도 차도 큰 암초다. 홈플러스의 총 채권 규모는 2조6078억원이다. 이 중 1조2396억원 규모의 선순위 신탁담보를 메리츠그룹이 쥐고 있다. 전국 62개 점포가 담보로 설정돼 있으며, 평가액은 약 2조8000억원대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담보 가치가 채권액을 훌쩍 뛰어넘어, 청산 절차를 밟더라도 원금 회수에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 투입으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 기존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이번 이해관계인 의견 제시 기간에도 메리츠 측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메리츠는 홈플러스와의 대출 계약에 따라 연체가 발생할 시 최대 연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회생 절차가 진행돼 상환 조건이 재조정될 경우 이자 및 연체이자 항목이 대폭 감면되거나 저율로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채권단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두 달 뒤 홈플러스의 운명은 청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혈된 1000억원을 소진한 이후에는 홈플러스의 손실이 다시 누적돼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채권자들의 결단으로 추가적인 외부 자금 유입이 지연될 경우 재판부로서도 회생 기한을 더 연장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