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창업투자 CI.

이 기사는 2026년 2월 10일 15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유니콘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하며 승승장구했던 벤처캐피털(VC) 새한창업투자(이하 새한창투)가 정책자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성장금융에 이어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한창투는 최근 한국벤처투자가 선정한 '모태펀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계정 수시 출자사업' 운용사(GP) 숏리스트(적격 후보군)에 오르지 못하며 탈락했다. 지난 1월 인공지능(AI)·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부문에 GP 도전장을 낸 지 약 1개월 만이다.

모태펀드 과기부 계정 AI·SaaS 부문은 AI 전반으로 투자 범위가 넓고, 출자액이 450억원으로 결성예정액 900억원의 절반에 달해 국내 VC들의 관심이 컸다. 새한창투 외에도 지앤텍벤처투자, 프렌드투자파트너스, 하랑기술투자 등이 지원하며 경쟁률이 8대 1을 넘어섰다.

새한창투는 GP 유력 후보로 꼽혔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크래프톤 등을 발굴해 투자한 VC로 지원 VC들 중 가장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지난해에는 3차원(3D) AI 영상 설루션 기업 시나몬에 투자하며 AI 투자처를 넓히기도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새한창투의 운용 역량 자체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스타트업들에 일찌감치 투자하며 회수 성과를 냈지만, 해당 기업들을 직접 발굴한 것이 아니라 미국계 VC 알토스벤처스의 투자처를 따라가는 방식의 운용 전략을 썼다고 본 것이다.

투자 인력이 변했다는 점도 감점 요인이 됐다. 과거 새한창투의 투자는 이정우 전 대표와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와의 연(미국 스탠퍼드대 동문)이 바탕이 됐는데, 현재 새한창투 대표는 박연채 대표로 변경됐다. 핵심 운용 인력인 안택영 이사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새한창투의 펀딩 전략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박연채 대표가 새한창투 신임 수장에 오른 뒤 한국성장금융 출자사업에 도전하는 등 공공 출자 시장으로의 외연 확장 전략을 꺼냈지만, 잇달아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모태펀드 과기정통 계정 수시출자 숏리스트. /한국벤처투자

새한창투는 지난해 11월 한국성장금융이 진행하는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2호'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1989년 설립된 1세대 VC지만, 그간 민간 출자자 중심의 펀딩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정책자금 출자사업 도전은 처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한창투는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2호 출자사업에서도 탈락했다. 회사 이름으로 직접 빚을 내서 자기자본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투자의무비율 위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것도 보수적인 운용을 중시하는 정책자금 출자기관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특히 새한창투는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2022년 8월을 시작으로 투자의무 비율 위반으로만 3건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벤처투자조합 결성 후 3년이 지난 날까지 투자의무비율 20%를 지켜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은 게 원인이 됐다. 시정은 2024년 말에야 완료됐다.

일각에선 박 대표 취임 이후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있으나, 보수적인 정책자금 출자기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직 '신뢰의 축적'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모태펀드 중소벤처기업부 계정 출자사업 도전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박연채 대표 체제 이후 제도권 VC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의 기대와 운용사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 통제 역량과 독자적인 투자처 발굴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정책자금 확보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