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서밋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5일 16시 4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SK그룹 자회사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이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가운데, 매각 성사가 현재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회장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실트론 매각이 흥행에 성공하며 실제 성사될 경우,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실트론 주식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의 SK실트론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할 경우 분할 재산 총액은 적어도 4200억원, 많게는 720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SK실트론 주식의 재산분할 여부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한쪽에서는 대법원이 SK(주)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SK(주) 주식은 물론 그 배당금을 통해 취득된 SK실트론 주식 역시 분할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법원이 SK(주)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포함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을 뿐더러, 설령 SK(주) 주식이 분할 대상이라 하더라도 SK실트론 주식은 '별개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급하지 않은 SK... 매각가 5조까지 오르나

25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이 기업가치 4조원에 매각될 경우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29.4%는 1조1760억원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다만 SK실트론 매각가는 4조원을 훨씬 넘는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의 매각가가 당초 예상됐던 5조원에 육박한 수준으로 정해진다면 최 회장 지분 가치는 1조4700억원으로 오른다.

SK는 최근 맥킨지앤컴퍼니에 SK실트론 기업가치 재검토를 의뢰했는데, 업계에서는 매각 여부 자체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최 회장이 직접 SK실트론 매각은 '급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2심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의 감정가는 7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비상장사여서 '시장 가격'이 없기 때문에 보충적 평가 방법 등 통상적인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변론종결 전까지 시가가 형성되면, 비상장주식 가치도 시장 가격으로 다시 평가받게 된다. SK(주)가 보유한 지분만 매각하더라도 최 회장이 가진 지분까지 같이 시세대로 계산된다. 이 경우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지난해 2심 때와 비교해 4200억~7200억원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파기환송심에서 부부의 재산분할 대상에 SK실트론 지분을 포함시킨다면, 최 회장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분할해줘야 하는 총 재산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 "SK(주) 지분이 특유재산이면 SK실트론도 특유재산"

SK실트론이 분할 대상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재계 및 법조계 관계자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SK그룹 관계자는 "일단 대법원 판결문에는 SK실트론이 언급돼 있지 않다"며 "다만 파기환송심에서 SK(주) 주식을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증여·상속받은 재산)이라고 판단한다면, SK(주) 주식을 통해 취득한 SK실트론 주식도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빼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7년 SK그룹과 최 회장은 옛 LG실트론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SK(주)가 먼저 51%를 인수했고,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들고 있던 나머지 49%는 두 덩어리로 나눠 SK(주)가 19.6%, 최 회장이 29.4% 인수했다.

다만 49%는 실제로는 증권사들이 사고 SK(주)와 최 회장이 TRS 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구조다. 증권사들은 명의를 빌려주고 SK(주)와 최 회장으로부터 이자와 수수료를 지급받는 대신, SK(주)와 최 회장이 배당 및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가져가는 식이다.

SK 측은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간접 보유하며 증권사에 지불하는 이자와 수수료가 SK(주) 주식에서 나온 돈이라고 주장한다. 최 회장이 SK(주) 주식을 보유하며 얻은 배당금으로 SK실트론 TRS 이자 및 수수료를 냈다는 것이다. 즉 특유재산인 SK(주) 주식에서 나온 돈으로 산 SK실트론 주식 역시 당연히 특유재산이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게 SK 측 주장이다.

SK 측은 그 외에도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이 부부의 공동 생활과 무관하게 형성된 재산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SK실트론 주식은 취득 재원 자체가 특유재산일 뿐더러, 최 회장이 독자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TRS 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 "崔 자기 돈으로 취득한 재산...분할 대상 돼야"

반면 노 관장 쪽에서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우선 대법원은 SK(주) 지분의 특유재산 여부조차 아직 판단하지 않은 상태다. SK(주) 주식에 대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의 기여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을 뿐, SK(주)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넣어도 되는지는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노 관장 측은 또 SK(주)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해서 SK실트론 지분까지 자동으로 분할 대상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SK실트론 주식은 최 회장이 자기 돈을 주고 산 재산"이라며 "사실상 자신이 투자해서 취득한 파생상품과 비슷한 재산인데, 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태다. 파기환송심에서 SK(주), SK실트론 등 최 회장 보유 재산의 분할 여부 등을 다시 판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