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15일 07시 2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KDB생명이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본잠식과 낮은 지급여력(K-ICS) 비율을 해소하기 위해 택한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역설적으로 10여 년간 표류해 온 경영권 매각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새로 투입하는 공적 자금 성격의 5000억원을 매각가의 하한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반면, 원매자들은 그만큼 기업 경쟁력은 낮다고 볼 수 있는 데다 인수 후에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본을 고려해 보수적인 몸값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눈높이 괴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51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보통주 1억300만주를 주당 5000원에 발행하기로 했다. KDB생명 지분 97.65%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사실상 전액을 책임지는 구조다.
이번 유상증자는 자본적정성 개선을 위해 결정됐다.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마이너스(-)1242억원이었으며, 지급여력(K-ICS)비율은 176.6%였다. 다만 이는 경과조치를 적용한 수치로,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43.3%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기준선 100%를 크게 밑도는 만큼 단기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과조치란 건전성 지표 기준을 완화해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을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향후 KDB생명에 최소 2조5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 기준(K-ICS) 때문에 생명보험사는 금리나 보험 이율이 바뀔 때마다 자본이 출렁이는 정도(민감도)가 훨씬 높아지게 됐다. 이 기준들이 완전히 적용되는 시기가 오면, 추가로 자본을 보강하는 일이 상시 과제가 된다. 때문에 KDB생명의 원매자는 후속 증자 비용 등을 모두 계산해 인수가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
반면 매도자인 산업은행 입장에선 논리가 다르다. 이미 공적 자금 성격의 515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만큼, 매각가로 최소 이 금액은 회수하길 희망하는 게 자연스럽다. 여기에 과거 누적 지원 자금까지 고려하면 산업은행의 눈높이는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즉, 추가 투입 자본을 가격에 얹으려는 산업은행과 미래의 추가 자본을 가격에서 빼려는 원매자 간 줄다리기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줄다리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어왔다. 산업은행은 2014년 이후 여섯 번이나 매각을 시도했는데, 그중 2020년 3차 매각 시도 당시 매각가로 1조원을 희망했다. 그러나 원매자였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는 '구주 2000억원+신주 1500억원(총 3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고, 양측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단계까지 갔다가 대주주 적격성 이슈 등으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