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계기로 국내 저가항공사(LCC) 시장도 재편될 전망이다. 1위 제주항공을 밀어내고 진에어(대한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에어서울(아시아나)의 통합 법인이 최대 LCC로 올라서게 됨에 따라, 경쟁 LCC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LCC를 보유한 PE들은 이미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음 스텝’을 밟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PE도 있다.

/조선DB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전날 티웨이항공(091810) 지분 14.9%를 대명소노그룹 계열 소노인터내셔널에 양도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각 단가는 3290원으로, 총 1055억원에 판 것이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고 있던 티웨이항공에 800억원을 투자하며 2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JKL파트너스는 이듬해 217억원을 더 투자했고,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를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보유 중이다.

JKL파트너스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2배에 조금 못 미치는 이익을 거두게 됐다. 1017억원으로 확보한 지분 26.77% 중 14.9%를 1055억원에 팔았기 때문이다. 내부수익률(IRR)은 약 22%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남은 지분 11.87%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2대주주에 오른 소노인터내셔널이 JKL의 잔여 지분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아서다. 콜옵션은 오는 9월까지 행사할 수 있다.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은 펀드 만기와는 관계없다.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에 출자한 펀드는 ‘JKL 제12호’인데, 2020년 말 결성돼 아직 3년 반 밖에 경과하지 않아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JKL 제12호는 티웨이항공 외에 세탁소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 화장품 브랜드 페렌벨 등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7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다.

JKL파트너스 관계자는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선 개별 포트폴리오보다는 펀드 전체의 최적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지분 매각도 그런 관점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펀드 출자자(LP)들이 운용사(GP)에 엑시트를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강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의 엑시트가 LCC 시장 재편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현재 아시아나와의 기업 결합을 14개국에 신고했으며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중 미국 정부에도 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통과한다면 두 국적 항공사의 통합 작업은 2020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매듭을 짓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치면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하나의 LCC가 된다. ‘메가 LCC’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매출액 합은 약 2조5000억원이었다. 현재 1위를 지키고 있는 제주항공(1조7200억원)의 연 매출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통합 LCC의 항공기 대수도 총 58대로 제주항공(42대)을 앞설 전망이다.

반면 메가 LCC의 출범을 앞두고 ‘체급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항공사들도 있다. 에어인천을 보유한 소시어스PE는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해 국내 최대 화물 전문 항공사로 올라서게 됐다. 이번 인수전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도 동참했다. 다만 소시어스가 인화정공(101930)이라는 우군을 데려온 만큼, 두 운용사 모두 인화정공에 엑시트할 길이 열려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을 보유한 VIG파트너스는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여객기 노선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연말까지 항공기 대수를 15대로 확대하는 등 여객 분야에서 성장을 가속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