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지 제조사 아리셀에 초기 투자금을 댔던 벤처캐피털(VC)들이 지난해 하반기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전지 화재 참사’ 발생 전인 작년 하반기 투자금을 돌려받아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아리셀 주식을 모회사 에스코넥 주식으로 교환하는 풋옵션 보험을 갖고 있어 탈출이 가능했다.

SV인베스트먼트 CI.

28일 VC업계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 엔베스터 등은 지난해 하반기 아리셀에 집행했던 투자금 전액을 회수했다. 이들은 앞서 휴대전화 부품 제조사 에스코넥이 전지사업 부문을 분리해 아리셀을 설립한 2022년 6월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투자 금액은 50억원이었다.

투자금 회수 규모는 약 6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3년여 만에 약 20% 수익을 낸 것이지만, VC들은 초기 투자에 나설 때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노리는 것을 고려하면 본전 탈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아리셀은 2025년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SV인베스트먼트, 엔베스터의 투자금 조기 회수는 아리셀의 실적 악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리셀은 사용 가능한 온도 범위가 넓어 극한 환경에서 주로 쓰이는 리튬 1차전지를 주력 제품으로 해외 사업 확장을 내걸었지만, 2020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VC는 아리셀에 전환우선주 방식으로 투자, 해당 전환우선주를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걸어뒀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아리셀의 영업이익이 30억원에 미달할 경우 투자금액 전액에 대한 풋옵션 행사가 가능했다.

실제 SV인베스트먼트와 엔베스터는 아리셀 적자가 지속되자 지난해 하반기 풋옵션을 행사, 아리셀 전환우선주 500만주 전량을 에스코넥 주식 297만2399주로 교환했다. 이후 에스코넥 주식 전량을 장내 매도 방식으로 처분했다. 주당 매각가는 약 2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경기 화성시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뉴스1

시장에선 SV인베스트먼트, 엔베스터의 아리셀 투자금 회수를 신의 한수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리튬전지 화재 참사가 아리셀의 공장에서 발생한 탓이다. 공장 2층 불량 배터리 폭발로 발생한 화재가 연쇄 폭발로 번지며 31명의 사상자를 냈다.

아리셀 리튬전지 화재 참사는 곧장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에스코넥 주가는 24일 22.5% 내렸다. 이후 이날 1331원으로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30% 가까이 주가가 내려갔다. 1331원으로 매각 시 SV인베스트먼트와 엔베스터의 회수액은 40억원에 못 미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아리셀은 적자를 지속한 것은 물론, 투자 유치 당시 FI들과 약속한 해외 사업 확장이나 고객사 확보 등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면서 “풋옵션 조항이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리셀의 경우는 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