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롯데손해보험(000400)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매각 측은 우리금융지주가 본입찰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는데, 기업가치에 대한 양측의 눈높이가 달라 간극을 좁히는 게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에 관심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대주주 빅튜라는 보유 중인 경영권 지분 77.04%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을 28일 실시한다. 빅튜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빅튜라에는 JKL의 10호 블라인드펀드가 2000억원을, JKL 프로젝트펀드가 1965억원을, IMM인베가 전환우선주로 500억원을 출자했다. 인수금융으로는 2800억원이 조달됐다. 롯데손보를 매각하면 인수금융(이자 포함 약 3000억원)-JKL 프로젝트펀드-IMM인베-JKL 블라인드펀드 순으로 분배받도록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실제로 JKL 측에서도 우리금융 쪽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지성배 IMM인베 대표이사가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우려할 정도로 우리금융과의 딜 성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여건은 연초보다 많이 개선됐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의 종가는 4000원이다. 올해 초까지는 2300~2400원대에서 등락했으나 반년 만에 70% 가까이 오른 것이다.

빅튜라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구주 7182만여주를 3734억원(주당 5199원)에 사들인 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억6725만여주를 3562억원(주당 2130원)에 인수했다. 총 7300억원을 들여 지분 77%를 확보했으며 주당 평균 단가는 3052원이다. 과거 롯데손보 주가가 1200원대까지 내렸을 때 후순위인 JKL파트너스 10호 펀드 출자자들이 대규모 감액 처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가가 4000원까지 올라와 손익분기점을 넘은 상태다. JKL파트너스 입장에선 높은 매각가를 제시하는 데 있어 부담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JKL 측이 희망하는 롯데손보의 몸값은 2조~3조원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시총(1조24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60%를 붙이면 2조원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초 주가를 기준으로는 약 18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야 2조원이 될 수 있었지만,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덕에 간극이 그나마 좁혀진 것이다.

롯데손보는 최근 후순위채 발행까지 성공하며 매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최근 후순위채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 1000억원의 2배가 넘는 2120억원이 몰렸다. 보험 영업이나 상품 운용을 더 할 수 있도록 미리 자본 확충을 완료해 둔 것이다. 집을 팔면서 매도인이 도배를 미리 해준 격이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1조원대 몸값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 측 눈높이와 여전히 괴리가 큰 상황이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롯데손보의 재무 및 비재무적 가치를 분석해 적정 가치를 산정하고 검토하겠지만, 시장에서 나오는 아주 높은 가격 수준의 무리한 인수나 오버 페이에 대한 부분은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