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이 오는 25일 실시된다. 후보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대주주 VIG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대주주 소시어스) 등 네 곳이다. 업계에서는 넷 중 가장 덩치가 큰 제주항공이 승산이 있다고 보는데, 일각에선 에어인천이 의외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에어인천은 자본력이 가장 뒤처져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로 인식돼 왔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 후보는 본입찰을 앞두고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사 면허를 가진 회사만 응찰하도록 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에 후보로 나선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출자를 받은 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에 돈을 넣는 구조로 베팅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나 ‘진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산총액이 약 7조원에 육박하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여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해서다. 현재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8700억원이며 최대주주는 지분 50.37%를 보유한 AK홀딩스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아시아나 화물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AK그룹 측은 사모펀드의 출자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를 끼고 인수하면 향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 등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FI보다는 다른 SI와 손잡고 인수를 추진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그동안 ‘확고한 4등’으로 인식돼 온 에어인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화물 전용 항공사라는 전문성뿐 아니라 이번 인수전에서 강점이 될 만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지난번 HMM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의 딜’이라는 점이 중요한데, 에어인천의 대주주인 소시어스의 이병국 대표는 산업은행 M&A실 창립 멤버”라며 “소시어스 팀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국 대표는 산업은행 M&A실에 재직할 당시 두산그룹과 포스코, 쌍용 등의 굵직한 딜을 여러 건 담당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으로, 화물사업부 매각전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매각 주관사로 나선 UBS의 이경인 부회장도 산업은행과 관련된 딜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에어인천은 자본력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다. 소시어스는 블라인드펀드를 만들 만큼 큰 운용사가 아니다. 매번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해 왔다. IB 업계 관계자는 “에어인천 스스로도 처음엔 아시아나 딜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화물 계약을 받아줄 SI와 일부 FI들이 찾아와 손을 잡자고 제안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에어인천뿐 아니라 4개 후보 모두 ‘누구를 파트너로 확보하느냐’에 승산이 달렸다. 제주항공과 함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이스타항공은 외국계 FI 대신 국내 FI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성 중인 블라인드펀드는 5000억원 가량 확약된 상태다.

에어프레미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프레미아의 성공 여부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등에게 달렸다. 이 회사는 최근 대주주가 JC파트너스에서 AP홀딩스로 바뀌었는데, AP홀딩스가 김정규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네 후보는 아직 인수금융 대주단도 제대로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기관들의 참여를 모두 열어놓고 본입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