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LG CNS가 좀처럼 상장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새해 들어 IPO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LG CNS는 비인기 업종인 탓에 딱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LG CNS는 2019년 사모펀드로 지분 매각 당시 투자수익률 보장의 하나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연초 상장 절차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여전히 ‘미확정’ 상태다.

일각에선 LG CNS가 내년으로 재차 상장 시점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LG CNS가 꾸준한 배당으로 맥쿼리PE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해 온 만큼 상장 지연 부담도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CNS 부산데이터센터 전경. /LG CNS 제공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의 상장예비심사 신청 시점을 미루고 있다. 2022년 KB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현재까지 예비심사 신청 관련 채비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LG CNS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2022년 이미 한차례 IPO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고금리에 따른 증시 위축 속 삼성SDS 등 비교기업 몸값마저 하락하면서 상장을 미뤘다. 이후 작년 초 상반기 중 예비심사 신청을 예정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론은 아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작년 고금리로 증시가 위축됐고,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대주주인 LG 측이 상장 일정을 미뤘다”면서 “기업실사도 마친 만큼 올해는 연초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봤지만, 아직도 관련 채비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 CNS는 LG그룹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로, LG그룹 지주사인 LG가 지분 49.95%를 갖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도 1.1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PE)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35%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맥쿼리PE는 2019년 12월 LG의 지분을 매입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돼서다. LG는 LG CNS 지분율을 낮춰야만 했다.

맥쿼리PE가 LG의 지분율을 낮추는 백기사를 자처한 셈으로, 1조원을 쏟아부었다. 대신 투자수익률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그 부족분의 투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약정을 LG와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내 상장 약속도 투자수익률 보장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맥쿼리그룹 본사 건물. /조선DB

올해 들어 IPO 시장이 살아나고는 있으나 증시는 부진하고, 경쟁사들 주가도 좋지 않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14거래일 중 10거래일을 하락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2400선으로 연초 대비 7.4% 하락했다.

LG 측은 이대로라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LG CNS의 직접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삼성SDS만 해도 2021년 20만원대에서 거래되기도 했으나, 현재 16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도 작년 말 14만원에서 지수 상승세를 타고 올랐다.

LG CNS는 내부적으로 7조원 이상 몸값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12조8000억원 수준이다. LG CNS의 순이익이 삼성SDS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SDS의 주가가 최소 18만원을 넘어야 7조원 몸값 산정이 가능해진다.

IB업계 일각에선 LG CNS가 상장을 가능한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금융권 디지털 전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몸집을 키워 비교기업의 주가 추이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실제 LG CNS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 연속 전년 대비 20% 넘는 매출 신장세와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도 3분기까지 연결 기준 3조6989억원 매출을 기록, 1년 전보다 15.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62억원으로 7.5% 증가했다.

고배당 덕분에 맥쿼리PE가 상장을 독촉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LG CNS는 2022년 연결 기준 순이익 2654억원 중 1038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39.1%로, LG는 518억원, 맥쿼리PE는 363억원을 배당으로 수령했다. 2020년과 2021년도 배당성향이 40%를 넘었다.

맥쿼리PE는 배당으로 이미 상당한 수익을 냈다.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첫해인 2020년 이미 260억원을 받았고, 2021년에는 333억원을 받았다. 2022년까지 3년 동안만 957억원을 수령했다. 지분 취득에 1조원을 쓴 것을 고려하면 이미 10% 수익을 낸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 CNS가 상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실 맥쿼리PE의 투자수익률 보장 때문이었는데 고배당을 이어오면서 맥쿼리PE조차도 연내 상장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5년 내 상장 약속 미이행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