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

미래에셋그룹 산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6~2017년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개인에게 판매한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가 만기를 앞두고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금리 급등과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오피스 공실률 상승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진 영향이다.

미래에셋이 2016년 9월 모집한 국내 1호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는 내년 3월 만기를 앞두고 올 상반기부터 매수자를 찾아 나섰다. 그전에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가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내 공모 펀드는 이 펀드가 처음이었다. 미래에셋이 이 펀드 출시 당시 성공적으로 자금을 모은 후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가 쏟아져 나온 만큼 해외 부동산 펀드 부문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부동산 자산 가치가 뚝 떨어지며 사려는 곳이 없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에셋이 2017년 7월 공모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는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순자산 가치가 40% 폭락했다. 이 펀드도 1년 3개월 후면 만기를 맞기 때문에 매각이 시급하지만 여의찮은 상황이다. 9-2호와 11호 두 개 펀드에 들어가 있는 개인 투자금만 4500억 원에 달한다.

두 펀드 모두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만들고 운용하는 펀드다. 최 부회장은 20년 가까이 미래에셋에서 부동산 투자 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8월 말 기준 최 부회장이 운용 중인 부동산 펀드 운용 자산은 7조 원이 넘는다. 이 중 성과 보수가 약정된 펀드 규모는 5조1000억 원 상당이다.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가 투자 손실을 낼 처지가 된 것은 코로나 대유행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고금리 여파라고 해도 미래에셋이 국내 최대 해외 부동산 펀드 운용사란 점에서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는 평이 나온다.

◇ 국내 1호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 만기 코앞인데 사겠다는 사람 없어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맵스미국9-2호)는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 3개 중 내년 3월 가장 먼저 만기를 맞는다. 미래에셋은 올해 5월 매각 자문사(뉴마크그룹)를 선정하고 투자 건물 공개 매각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겠다는 곳이 없어 하반기 중 매각을 완료하겠다던 미래에셋 목표엔 빨간불이 켜졌다. 펀드 만기 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투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맵스미국9-2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리차드슨의 복합단지인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 동과 부속 건물을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총 9786억 원(당시 환율 1160원 기준 8억4362만 달러)이다. 미래에셋은 맵스미국9-2호 공모 3000억 원, 부동산 담보 대출 5247억 원 등으로 매입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공모 펀드는 2016년 9월 출시 열흘이 채 안 돼 모집액 3000억 원이 완판됐다. 당시 저금리(미국 기준금리 0.25~0.50%)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연 4~5%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몰려들었다. 안정적으로 배당 이익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작용했다. 북미 최대 손해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오피스 면적 전체를 2037년까지 최소 21년간 사용하기로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운용 기간이 7년 6개월(2016년 9월~2024년 3월)로, 내년 3월 만기를 맞는다. 펀드 수익은 임대료 수입을 통한 배당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에서 나온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펀드 보유 부동산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2022년 말 해당 부동산의 전체 가치는 8억820만 달러로, 2021년 말 대비 7.63% 하락했다. 매입가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전체 지분 중 맵스미국9-2호 공모 펀드가 보유한 지분(70.18%)의 순자산 가치(자산 평가액)도 이 기간 3억889만 달러에서 2억6153만 달러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펀드 기준가도 낮아지면서 이달 13일 기준 최근 1년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6년 8억 달러 이상에 매입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리차드슨 복합단지(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 동.

연말 자산 재평가를 진행하면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영향이 가장 크다. 게다가 사무실 수요 급감으로 댈러스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미국 최고 수준이다. 금융 분석 서비스 기업 무디스 애널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텍사스주 휴스턴·댈러스·오스틴의 오피스 공실률은 약 25%로, 미국 전역 공실률 1~3위를 차지했다. 빈 사무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이 제값 받고 팔고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은 당초 7월부터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선순위 대출 만기를 맞는 올해 11월 이전에 매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전에 매각이 불발될 경우 부동산 담보 대출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데, 현재 금리가 두 배 이상 수준이라 이 역시 난처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은 펀드 설정 당시 빌딩 매입액의 절반가량(4억5200만 달러)을 담보 대출로 충당했다. 당시 2%대 후반 고정 금리로 돈을 빌렸는데, 미국 기준금리가 지난해 초 0%에서 올해 7월 5.25~5.50%까지 오르면서 현재 금리는 7~8%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거니와, 부동산 평가 가치 하락으로 대출 만기 연장이 거부되거나 일부 상환 요구를 받을 위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파크센터 오피스 빌딩. 미국 손해 보험사 스테이트팜이 입주해 있다.

◇ 애틀랜타 오피스 빌딩은 1년 새 가치 40% 폭락…원금 손실 가능성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파크센터 오피스 빌딩도 비상이 걸렸다. 이 빌딩은 미래에셋이 2017년 7월 2억9280만 달러(당시 환율 3368억 원)를 주고 매입한 것이다. 일반인 대상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맵스미국11호) 공모 펀드로 1억2780만 달러(당시 1470억 원), 부동산 담보 대출로 1억5800만 달러(당시 1817억 원) 등을 조달했다. 댈러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스테이트팜이 2037년까지 20년간 오피스 면적 전체를 빌렸다.

맵스미국11호 펀드는 운용 기간 7년 6개월로, 2025년 1월 만기를 맞는다. 대개 만기 1~2년 전부터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는데, 만기를 1년여 앞두고 감정 평가액과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매입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처분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8월 말 기준 부동산 자산 감정 평가액은 2억4300만 달러로, 12개월 전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감정가가 떨어지면서 이 기간 펀드 보유 지분(94.514%)의 순자산 가치는 8525만 달러로 약 40%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펀드 기준가는 전날 대비 39% 낮은 821.1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달 13일 기준 최근 1년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40%에 달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본 환원율(자본 비용)과 할인율이 상승해 가치가 떨어졌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미래에셋은 2019년 6월 해당 부동산을 약 3583억 원으로 매각할 경우 이익도 손실도 보지 않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당시보다 상승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13일 1355원)을 적용해도, 감정 평가액도 매입액보다 낮은 상황이다. 1년 새 금리가 확 내려가거나 부동산 경기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펀드 만기 시점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차인인 스테이트팜이 2021년 9월 중고차 기업 카바나와 10년간 전대차(재임대) 계약을 맺었다가, 카바나가 올해 1월 계약을 해지하고 나간 것도 감정가 재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대차 계약과 상관없이 스테이트팜이 미래에셋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래에셋이 임대료를 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건물이 비어 있다는 점 자체가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애틀랜타 역시 미국 주요 도시 중 오피스 공실률이 2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매입 당시 부동산 담보 대출은 2024년 7월 만기가 돌아온다. 당시 1억5800만 달러를 7년 만기 선순위 담보 대출로 끌어다 썼다. 금리는 3% 초반이었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대출을 갈아탈 경우 대출 금리가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20년 매입한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 중 한 곳.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6호(맵스미국16호)는 2020년 10월 설정 후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7%로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 펀드는 오피스 빌딩이 아니라, 미국 인디애나주·오하오이주·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물류센터 세 곳에 투자했다. 이커머스 분야는 코로나 때 오히려 성장한 시장인 만큼, 오피스 공실 발생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증권가에선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아 평가 손실이 계속 발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공실률 상승 등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평가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