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일제히 상승 출발한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오전 중 하락 전환한 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파랗게 장을 마쳤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간밤 영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긴축 우려가 다시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1% 가까이 하락하며 거래를 마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지수가 띄워져 있다./연합뉴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3.60포인트(0.91%) 내린 2570.10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2570대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달 31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보다 0.21% 오른 2599.04에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하락 전환해 꾸준히 낙폭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홀로 5956억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39억원, 4443억원을 내다 팔면서 지수를 끌어 내렸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1.54포인트(0.18%) 내린 874.8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0.46% 오른 880.37에 출발해 오전 11시쯤 하락세로 돌아선 뒤, 정오쯤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했다. 870대 초반까지 내려앉기도 했던 코스닥은 마감 직전 낙폭을 줄이며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홀로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과 기관 투자자가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793억원을 내다 팔았고, 개인이 609억원, 기관이 284억원을 사들였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체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카카오(035720)가 전일 대비 1% 넘게 하락하며 5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날 카카오는 전날보다 1.19% 내린 4만97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가 4만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11월 7일 이후 약 7개월 반 만이다. SK(034730)도 장 중 15만7700원까지 내려앉으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POSCO홀딩스(005490), 하이브(352820),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이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 루닛(328130), 엘앤에프(066970)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지난 14일(미 현지 시각) 오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후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국내 증시가 파란불 일색이었던 데에는 전날 세계 곳곳의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긴축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0.25%포인트)를 상회하는 수치다.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한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렸다. 튀르키예(터키)는 저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기준금리를 단번에 6.50%포인트 인상하며 정책 전환에 나섰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통화 긴축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면서 “특히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동시 순매도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21일(미 현지 시각)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도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약 2주 만에 130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른 1304.2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5.6원 오른 1300.5원에 개장한 환율은 이날 내내 1300원 중반대에서 등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