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까지 달릴 것만 같던 에코프로(086520)가 잇따르는 매도 리포트에 지난주 12, 13일엔 숨을 죽였다. 하지만 14일 반등한 것에서 보듯 아직 추세는 죽지 않았다. 대다수 증권 전문가가 실적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며 ‘투자 주의’를 경고하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아무도 모르는 것이 주식이다.

강세론자들은 에코프로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비교한다. 테슬라급 고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과거의 폭등주는 대부분 바이오나 인터넷 서비스 등 ‘한번 사업이 확대되기 시작하면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산업이었다. 아마존과 구글처럼 말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에코프로처럼 공장 중심의 비즈니스임에도 압도적인 경쟁력과 팬심 등에 힘입어 주가수익비율(PER) 1000배까지 올랐던 적이 있다. 테슬라 또한 에코프로처럼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공매도가 속출했지만 계속 고점을 갱신했었다.

한 증권 전문가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가 테슬라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는 보기에 따라서는 성립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그 정도까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분명히 더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에코프로는 과연 테슬라처럼 될 수 있을까. 지난 2021년 테슬라 주가는 10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은 테슬라를 ‘천슬라’로 부르면서 대거 매수했다.

당시 테슬라 PER은 무려 1000배에 달했다. 주가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PER은 해당 기업 주가가 1주당 벌어들이는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테슬라와 직접 경쟁하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업체의 PER은 7~10배 수준이다. 테슬라를 단순히 자동차 제조 업체로만 본다면 높은 주가를 설명할 길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과정에서 테슬라가 혁신을 지속해 왔다는 점 때문에 기존 완성차 업체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에코프로 PER은 450배 수준이다. 테슬라 PER이 1000배에 달하는 것을 에코프로에 그대로 적용하면 주가가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더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2차전지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에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관련 종목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테슬라와 같은 PER을 적용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테슬라, 아마존, 애플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 아마존, 애플이 동종 업종 대비 높은 PER을 보인 것은 해당 산업과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기술 혁신,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리딩 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컸기 때문인데, 에코프로그룹이 2차전지 소재 그룹을 넘어 기존 산업군을 바꿀 혁신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그림’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준다면 현재의 가치를 입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슬라도 현재는 내려앉았다. 테슬라 주가는 PER 40~50배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실적은 좋아진 반면 반대로 주가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때 PER 1000배 수준으로 주가가 올랐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ER이 451배라는 것은 쉽게 설명하면 지금 벌어들인 이익으로만 단순 따져볼 때 500년이 걸려야 현재 주가에 부합하는 이익을 달성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동일업종 기업 PER이 평균 20~30배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차전지가 성장주로 분류되면서 테슬라와 PER을 비교해서 추정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 “에코프로의 PER이 적정한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있다. 이러한 높은 PER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기대 끌어올려지고 있는 것인지, 혹은 단기 급등 양상에 의한 숫자인지는 신중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주가 급등은 ‘오른 주식’에 올라타는 일종의 단기 과열 양상으로 보여져 투자를 권유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