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리딩방 운영자 A씨는 지난 9월 100차례 이상 선행매매를 반복해 2억원의 부당 수익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금융위원회에 꾸려진 자본시장 특별사업경찰(특사경)의 조사 결과, A씨는 특정 종목을 매수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리딩방 회원들에게 해당 종목을 투자 유망주로 추천했다. A씨의 추천을 받은 회원들이 해당 종목에 투자해 주가가 오르면 A씨는 높은 가격에 보유 물량을 매도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리딩방 회원들에게 돌아갔다.

소위 ‘리딩방’이라고 불리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불건전 행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 당국은 리딩방의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적발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럼에도 피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에서 하루에도 수십개 이상 생겨나는 리딩방 내 불법행위를 왜 근절하는 못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리딩방./조선DB

그런데 특사경이 처음 검찰에 기소한 A씨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특사경이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 초부터로, 조사가 개시된 후 수사가 완료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피해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조사 과정만 수개월이 걸린 셈이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수사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고 보이지만, 특사경은 “선행매매 유형 사건의 경우 조사 개시부터 기소 전 단계인 수사 완료까지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그나마 “자본시장 특사경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 효율성이 높아진 사례”라고 밝혔다.

◇ “불법 리딩방과 전쟁” 외쳤지만… 감시 인력 턱없이 부족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금감원에 접수된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법 관련 피해 민원 건수는 2018년 905건, 2019년 1138건, 2020년 1744건, 2021년 3442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금융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 등은 지난해 5월부터 불공정거래 신고 통합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각 기관에 분산된 인력과 자원을 통합해 감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리딩방의 불법 행위를 신고할 때 지급하는 신고 포상금을 최대 2.5배로 대폭 인상했다. 금융 당국은 리딩방이 운영되는 채널은 상당히 많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이라 신고를 통한 조사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신고가 조사로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신고 포상금 인상에 따라 리딩방 불공정거래 신고가 늘었지만, 풍문만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심리·조사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단순히 주가가 상승·하락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뉴스1

이에 금감원은 개인 투자자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오픈채팅방,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한 리딩방 이용을 자제하고, 투자에 따른 손실보전, 수익보장 약정은 보호받을 수 없음을 확인하는 한편 거래내역을 수시로 확인해 임의 매매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가 리딩방을 이용하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불공정거래 행위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가급적 참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고, 혹여 피해가 발생했다면 대처방안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리딩방 피해 구제 가능할까… “계약 약관·증거 수집 필요”

리딩방에서 많이 발생하는 피해는 허위·과장 광고, 불공정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정보를 주겠다며 거액의 가입비 등을 요구한 뒤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비용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피해를 보상받기 쉽지 않지만, 계약서가 있다면 사후 피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황현일 변호사는 “리딩방을 통해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 반드시 계약서를 요구하고, 계약금은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입비를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한 경우 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 있고, 변호사를 통해 대리 고소하는 방법으로 가입비를 환불받을 수도 있다.

계약 해지를 원한다면 해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전달하고, 녹취나 내용증명 같은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해둬야 한다. 신고할 때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 내용에는 불공정거래로 의심되는 행위와 상대방,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리딩방 대화를 저장해 놓고 증거자료를 첨부하는 경우 더 효과적인 조사가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딩방에서 얻은 정보로 투자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로 가입비를 환불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단순히 운영자가 추천해준 종목이 하락했다는 사유로 환불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리딩방 운영자가 성실하게 종목을 추천해주지 않거나, 운영자들이 선매매한 종목의 취득을 권유하는 등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입한 리딩방 자체가 폐쇄된 경우는 어떨까. 황 변호사는 “리딩방이라고 접근해 사람들을 현혹해 손실 원금 보장 등 현혹 문구를 쓴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우선 경찰에 피해를 접수하고,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 본인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삭제된 오픈 채팅방의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포렌식은 혐의가 있는 사람의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메시지와 통화내역 등을 복원해 증거를 확보하는 시스템이다.

일러스트=이은현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리딩방 운영자가 가입자들을 끌어들여 이익을 취한 뒤 방을 없앨 의도가 다분했다면 사기죄로 형사 고소가 가능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계약서 없이 불법 리딩방에서 활동했다면 구제받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계약서에 나온 약관과 다르게 리딩방이 갑작스럽게 없어질 경우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가입 무효 처리되고, 가입 이용료가 있는 경우 이용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서는 환불받을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익 내려다가 운영자와 시세 조종 가담 공범자 될 수도”

전문가들은 또 리딩방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질 경우 나도 모르게 가담자가 될 가능성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리딩방 운영자가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릴 목적으로 다량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내면서 리딩방 회원에게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 추천 주식을 매수하면 운영자의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하게 될 위험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리딩방 운영자의 시세 조종 행위에 섣불리 가담했다가는 자본시장법 제176조에 해당돼 ‘주가조직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딩방 운영자가 사전에 입수한 미공개정보를 제시하며 회원에게 주식 매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78조의2에 의거,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또는 시장질서교란행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구태언 변호사는 “리딩방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가 시세조종이 이뤄질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주식을 사고, 결국 손실을 입었다면 피해 구제를 받을 길은 희박하다”면서 “이 경우 피해자가 아니라 주가 조작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리딩방에서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