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가증권시장 매도금액 중 80%가 프로그램 매매로 출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초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의 비중을 줄인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부터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패시브 차원의 프로그램 매도를 늘렸고 4월부터는 원화 약세와 금리 상승,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의 변수를 앞두고 개별 종목에 대한 액티브 차원의 프로그램 매도를 늘렸다.
6일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프로그램 매매 추이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지분율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18조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에도 4조원 넘게 순매도를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 주식에 대해 올해 7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패턴을 프로그램 매매와 비(non) 프로그램매매로 구분하면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5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비 프로그램매매에서는 1조2000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비 프로그램 매매에는 대형주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이나 LG에너지솔루션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조기 편입 등의 이벤트로 일회성 매매가 다수 포함돼 있다. 1분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위험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프로그램 매매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3월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공격적인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프로그램 매도 추이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삼성증권의 전균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의 위상과 반도체·IT 섹터에서의 위상 등으로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한편 삼성전자를 제외한 프로그램의 매도 압력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상대적으로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2021년에 유입된 글로벌 주식형 펀드 흐름에서 신흥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1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4%까지 늘어났다. EM(신흥 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그만큼 증가한 셈이다. 선진 시장으로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은 2분기에 정체를 보이는 반면, 신흥 시장으로 향하는 패시브 자금은 꾸준하게 유입됐다.
전균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프로그램의 매도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과 EM향 패시브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나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요인이 개선된다면 국내 주식 시장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