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경제적 효용을 찾을 수 없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는 다단계 사기와 같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의 기술적인 개념을 보면 블록체인 기반으로 소유권이 증명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등장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화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기 수단 외에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뿐”이라며 가상화폐의 경제적 효용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투기 수단 외에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뿐"이라며 가상화폐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은 "다단계 금융 사기와 같다"라고 말했다./조선일보 DB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시기에 등장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벤모는 미국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페이팔이 2009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모바일 앱으로 결제나 송금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인데, 사용자만 7000만명에 달한다.

의미 있는 효용을 찾을 수 없지만 자금이 몰리며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뛰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다단계 사기와 같은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투자한 사람은 엄청난 이익을 얻지만, 이는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의 돈이라는 것이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까지 20년 넘게 이어진 역대 최악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언급하면서 “가상화폐도 장기간 이어지는 다단계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의 거품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고 확신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금도 실제 생활에서 교환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가상화폐 중 한두 개는 어느 정도 생명력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가상화폐가 의미 있는 효용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투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크루그먼 교수는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사이비 종교(cult)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썼다. 예전부터 비트코인이 사기이자 거품이라고 비판해온 그는 “비트코인에 계속 새로운 신도들이 들어오고 있어 비트코인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예측을 포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보여주며 “비트코인에는 이렇다저렇다 논할 펀더멘털 자체가 없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