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실적을 정리한 '팩트북(Fact book)'을 정례 발간한다. 금융사들이 대출·투자 실적을 단순 합산해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첨단산업과 지역 기업에 자금이 흘러갔는지를 공개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민간·정책금융기관의 향후 5년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은 1560조원으로 늘었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제5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서 "담보·보증을 요구하고 지대를 추구하는 기존 금융권 관행은 단기간에 바뀌기 쉽지 않다"며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아니라 금융권 역량이 내재화·체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5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금융위 제공

금융위는 올해 4분기부터 생산적 금융 추진 실적을 담은 팩트북을 발간하기로 했다. 금융사별로는 오는 12월 생산적 금융의 정의와 목표, 전담 조직, 지방금융 추진 경과, 우수 사례 등을 담은 백서를 내고, 내년 5월에는 연간 실적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생산적 금융의 범위와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권 스스로 지원 대상과 성과를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쏠린 자금을 첨단·혁신기업, 벤처, 지역 투자로 돌리겠다는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출범한 협의체를 통해 금융사별 지원 계획과 조직 개편, 성과평가 체계 등을 점검해 왔다.

첫 회의에서는 금융사가 기업의 담보와 과거 실적보다 기술력·성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산업 분석 조직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영업점과 임직원 KPI도 손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협의체에서는 지역 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투자 확대, 투자 손실에 대한 면책 등 실행 여건을 논의해 왔다.

당국이 백서와 연차보고서까지 만들기로 한 것은 금융권의 자금 공급 목표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생산적 금융'의 실질을 검증할 장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년간 지원 규모는 1240조원으로 제시됐으나, 수출입은행·수협은행·삼성증권 등의 참여와 기존 계획 확대가 더해지며 1560조원으로 320조원 늘었다. 민간금융이 628조원, 정책금융이 932조원이다.

금융권은 지난 7월 말까지 272조3000억원을 생산적 금융으로 공급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우리금융은 5년 공급 목표를 90조원으로 높인 뒤 7월까지 22조9000억원을 집행해 올해 목표를 넘겼다. 신한금융은 올해 기업대출 증가액 5조9000억원 가운데 4조7000억원을 생산적 금융 관련 대출로 공급했다. 기업은행은 7월 말까지 39조4000억원을 공급해 연간 목표의 66.9%를 달성했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도 확대된다. 국민성장펀드는 8월 말 기준 올해 지원 목표 30조원 가운데 17조9000억원을 승인했고, 이 중 지역 소재 기업 지원 승인액은 7조2200억원이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금융기관에 이미 적용한 투자·융자 면책에 더해, 생산적 금융 전반에 적용할 추가 면책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사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고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