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현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연임에 실패하면서 회장 선출 때마다 유력 후보가 아닌 파격 인사를 발탁하는 KB금융 사외이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KB금융 이사회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독립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에선 성과가 분명한 현직 회장까지 교체하는 KB금융 사외이사진의 권력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추위는 양 회장의 재임 중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권에선 이것만으로 뚜렷한 경영 성과가 있는 양 회장의 연임 불발을 설명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양 회장은 최대 실적 경신과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주주 환원 확대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금융 당국 제재 등 결격 사유로 인정받을 문제도 없었다. KB금융 회추위는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으로 발탁하면서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번 회추위에 참여한 조화준·여정성·김성용 사외이사는 2023년 양 회장을 발탁했던 회추위에도 참여했었다. 당시에도 양 회장보다는 허인 KB금융 부회장을 유력하게 보는 금융권 전망이 많았다. 허 전 부회장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이고,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회추위는 만장일치로 양 회장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사외이사의 반대로 인수·합병(M&A) 계획이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2011년 어윤대 당시 회장은 ING생명 한국 법인 인수를 추진했으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M&A는 결렬됐다. 이듬해 3월엔 ING생명 인수 건을 두고 관계가 틀어진 어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박동창 당시 부사장을 이사회가 보직 해임하는 일도 있었다. ING생명은 이후 신한지주가 KB금융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인수했다.
금융권에선 과거 유독 외풍에 시달리던 KB금융이 오랜 기간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평가가 있다. 다만 사외이사들이 성과가 뚜렷한 현직 회장까지 교체하는 권력을 쥔 데 대해선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전직 금융지주사 회장은 "직원이 수만 명인 거대한 조직은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회장이 구상한 계획을 실현하는 데 3년은 짧은 측면이 있다. 애초에 회장을 뽑을 때는 연임을 고려해서 뽑아야 한다"며 "3년 만에 회장을 바꾼다는건 처음부터 사외이사들이 사람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높은 성과를 낸 초임 회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사외이사진을 통해 KB금융 지배구조를 흔들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